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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외교기밀문서 유출로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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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외교기밀문서 유출로 곤혹

입력
2001.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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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평의회 의장이 1988년 팬암기 폭파사건 등 일련의 테러에 개입했음을 시인했고, 대 러시아 신규 원조를 유보해야 한다는 등 미국과 독일의 정상회담 내용을 기록한 외교 기밀문서가 유출돼 독일 정부가 곤경에 처했다.위르겐 크로보그 미국 주재 독일대사가 본국에 보낸 이 기밀문서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포쿠스가 입수해 보도하자 러시아가 발끈하고 나섰고, 리비아와의 경제교류 및 외교 관계도 경색될 조짐을 보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기밀문서에 따르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3월 2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미하엘 슈타이너 독일 총리실 외교담당 보좌관이 가다피가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에서 폭발한 팬암기 테러 사건과 1986년 서베를린 디스코텍 폭탄 테러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현실을 판단할 능력을 잃었으며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피하기에 급급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문서는 특히 양국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지원을 유보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관련국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중인 리비아 테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모스크바와 유럽국가간의 협력관계를 저해하려는 음모"라며 분노했으며 1986년 발생한 테러사건을 재판중인 독일 재판부는 슈타이너 보좌관을 내달 6일 증인으로 소환, 용의자로 검거된 리비아인 5명과의 관련여부를 심문키로 했다.

독일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독일 총리실과 외무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둘러싼 알력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슈타이너 보좌관과 요슈카 피셔 외무부 장관간의 주도권 싸움이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정화기자

jeong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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