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독서프로그램 'TV 책을 말하다'가 작가론에 대한 도전적인 자세로 문학에 손을 댄다. 24일(1TV 밤10시)방송에서 선택한 책은 중년 남성들의 손에 모처럼 소설책을 쥐게 한 은희경의 '마이너리그'.'잘 나가는' 386세대와 이미 많은 것을 이뤄놓은 윗세대 사이에 낀 58년 개띠인 베이비붐 세대의 주변부 정서를 냉소적으로 파고든 책이다.
19일 녹화장에서는 문화비평가 김갑수씨, 탤런트 조형기, 전상인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그리고 작가 은희경씨가 참가해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논쟁을 펼쳤다.
특히 김갑수씨는 이 작품과 함께 '새의 선물'등을 언급하며 "중산층 베스트셀러 작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마이너리그'도 복고 시류에 영합한 통속소설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간 평단에서 제기되어 온 은희경의 작품세계에 대한 논란, 즉 자폐적이고 냉소적인 글쓰기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인 셈이다.
이에 대해 작가 은희경씨는 "마이너리그가 곧 메이저리그다. 왜 모든 사람이 거대담론에만 파묻혀 일상의 중요성을 잊어야 하나"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간 역사의 흐름에 짓눌린 개인의 삶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그러한 자폐적인 글쓰기를 차용한다"고 주장해 녹화장을 열띤 분위기로 몰아갔다.
오진산 PD는 "평단과 대중 사이에서 호오(好惡)가 분명히 갈리는 작가라서인지 유독 논쟁이 치열했다.
은희경씨도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시각에 대해 충분히 소신을 폈고, 김갑수씨도 긴장감있게 토론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날 'TV, 책을 말하다'는 '한국의 정체성'의 저자 탁석산씨가 출연한 2회 방송에 이어 작가들에게 도전적인 논쟁의 장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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