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야구계의 여론이 비등하다. 프로야구 출범 20년째인 올 시즌을 앞두고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관중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하나도 세우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고질적인 문제가 속속 불거져 나오는데 수수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사태가 터지면 전향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얘기만 할뿐 뾰족한 대책은 없다.
물론 많은 문제 가운데 KBO를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도 적지 않다. 하지만 관례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구단의 편의를 봐주는 것이 관행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원칙대로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게 순서이다.
21일 불거진 삼성의 외국인투수 갈베스의 비자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선수계약서 제3장 3조에 "선수의 취업비자 취득은 외국인선수 계약의 유효성에 선행하는 조건이다"고 규정되어 있다.
12일 비자인증서를 삼성이 받았다고 하더라도 18일 한화전에 갈베스가 출전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비자를 21일에 받은 선수가 18일 경기에 나선 것은 분명 규약위반이다. 갈베스의 비자건은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다.
1998년부터 외국인선수가 국내에서 뛰면서 선수등록을 할 때 취업비자를 첨부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를 삼는 구단이 있다면 KBO는 원칙대로 처리하는 게 당연하다.
또 일부구단이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선(20만달러)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KBO는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할 도리가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연봉상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일선지도자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KBO를 흔드는 구단 관계자들도 문제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일을 그냥 놔두는 KBO의 태도가 더 큰 문제를 낳고 있다.
정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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