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극의 변방지대였던 국립극장이 실험 연극의 산실을 자임하고 나섰다. 국립극장은 "제 3의 극장 별오름극장을 국립극장 버전 실험극의 메카로 키워 나가겠다"며 23일 오후 3시 별오름극장의 개관기념식을 갖고, 25일~ 6월 11일 '아프리카 연극 페스티벌'로 출범을 알린다고 밝혔다.별오름극장은 남산 국립극장 별관 1층 스튜디오(52평)의 보수를 거쳐, 150여석의 연극 전용 가변 무대로 거듭났다.
1981~87년 허규 극장장 시절에는 그나마 비공개 실험무대로 쓰였으나 이후 코리안심포니 전용 공간 등으로 변질, 먼지만 쌓여 가던 공간이다.
김동언 별오름극장 기획팀장(40)은 "해오름(1522석) 달오름(454석) 극장이 제도권 무대의 상징이라면, 별오름극장은 실험의 인큐베이터"라며 세 극장의 예술적 지분을 압축표현했다.
김팀장은 또 "'독립예술제' '변방연극제' 등 재기 발랄한 젊은 연극인이 장외에서 펼쳐오고 있는 실험무대의 열기도 별오름 극장권내로 적극 수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성공을 담보로 하지 않는, 이른바 실험 공연을 적극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흥행에 관여 않는 의식있는 극장이라는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는 현재 200억으로 책정돼 있는 국립극장의 1년 예산 중 10억은 별오름극장을 위해 확보돼야 한다"고 김동언 팀장은 덧붙였다.
극장 이름은 4월 일반인 대상 공모로 지어졌다. 160명의 응모자들은 별오름극장(29건)외에도 늘푸른극장 열린무대 실험무대 창작무대 신명무대 등의 이름을 제시, 관심을 나타냈다.
'아프리카 연극 페스티벌'에서는 6월 3일까지 소잉카의 1976년작 '길'(이진숙 연출), 4~11일 라이브 작 '노예처럼'(박정의 〃)과 사이먼 작 '일어나라 알버트'(김윤태 〃) 등 국내서 접할 길 없었던 현대 나이지리아, 남아공 연극의 정수가 잇달아 펼쳐진다.
젊은 연극 집단 TC(Theatre Club)가 주최하는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연극제이다.
월~금 오후 7시30분, 토ㆍ공휴일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4시.
'길'의 연출자 이진숙(32)씨는 "부조리도 표현주의도 아닌 아프리카 특유의 주술성이 가득한 연극을 장기 공연한다는 것은 대학로 상업주의 무대라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 작품의 국내 초연이 거둘 성과에 큰 기대를 걸었다.
이씨는 "너무 철학적이어서 난해하다는 평과, 가장 아프리카적이라는 극단적 평이 공존한다"며 구미권 무대에 길들여진 연극관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6월 4일은 무대 공연을 접고, 아프리카 관련학과 교수들이 참가하는 '왜 아프리카 연극인가'제하의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아프리카 연극제 이후는 6월 14~15일 '신작 희곡 페스티벌', 16~17일 '창작 판소리 모세뎐' 7월 25~28일 '젊고 푸른 춤꾼 한마당' 등 새 무대가 끊이지 않는다. 바람은 남산으로부터 불어 온다.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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