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법무부장관의 직무 인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법무부장관의 직무 인식

입력
2001.05.23 00:00
0 0

안동수 신임 법무부 장관의 인사말 초안 내용은 한마디로 시대 착오적이다. 또 직무를 터무니없이 착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자신의 표현대로 꿈꾸는 듯 황감한 자리에 발탁해 준 대통령에 대한 상투적 과잉 충성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발상 자체가 법무부 장관 본연의 책무와 동떨어진 점이 무엇보다 문제인 것이다.

그가 '대통령님의 태산 같은 성은'운운한 것은 역사 드라마 대사를 유치하게 흉내낸 것이라고 웃어 넘길 수 있다.

그러나 법무 장관의 중책을 먼저 개인과 가문의 영광으로 인식하는 것은 웃을 일이 아니다. 국정의 한 축을 맡는다는 엄중한 책임 의식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대통령에게 목숨을 바칠 각오로 충성을 다하겠다는 다짐도 그래서 오히려 공직을 맡는 올바른 자세와는 멀어 보인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낡은 정치 풍토에 젖은 탓으로 봐 줄 수 있다. 그러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힘을 다하겠다는 서약은 도무지 용납하기 어렵다.

헌법 규정 등을 논할 것도 없다. 정권 재창출은 집권 여당의 목표이지, 내각과 법무부 장관의 소임이 아니다.

오히려 내각은 정권 다툼에서 겉으로나마 중립을 지켜야 한다. 엄정한 법치 행정을 책임진 법무부 장관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는 더 이를 나위가 없다.

이렇게 볼 때, 가뜩이나 선거 정국을 앞둔 법무부 장관으로 여러 면에서 부적합한 것으로 지적된 그가 이런 어이없는 면모를 내보이고서 중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적 메모를 둘러 싼 해프닝이라거나, 다른 사람이 썼다고 어설프게 둘러대서는 파문을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고두고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

우리는 본인과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냉철하게 헤아려 현명한 수습 방안을 택하기 바란다.

또 그를 추천해 결과적으로 국정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한 참모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의 어법으로는, 대통령님 앞에 석고대죄(席藁待罪)해야 마땅한 중대 실책임을 알아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