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고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정원에 심어 놓은 장미꽃은 이제 막 꽃봉오리를 터뜨리면서 붉은 입술을 내밀고 있다.나무와 풀, 하늘을 보면 싱그러운 초록의 5월이 보이고 그 절정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것을 문득 느낀다.
지난 겨울 앙상한 목련 나뭇가지를 바라보면서 어서 빨리 꽃망울이 맺히기를, 가지마다 하얀 꽃등을 달기를 갈망했었다.
그러나 화려하게 나의 봄을 수놓았던 목련은 이제 지고 없다. 내 마음의 봄도 꽃잎과 함께 떨어지고 말았다. 난 매일 목련나무를 바라보면서 다시 목련꽃이 환하게 피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4월의 봄은 내 마음의 마지막 한방울 눈물마저 쏟아버린 시간들이었다. 4월의 산천을 진홍빛으로 물들였던 진달래는 기쁨과 열정, 슬픔과 회한을 느끼게 했다.
강렬히 터질 듯한 4월을 보내고 소쩍새가 피를 토하듯 아픈 울음이 되어 봄의 긴 입맞춤을 끝내야 했을 때 내 슬픔은 5월의 강물을 진홍빛 핏빛으로 흐르게 만들었다.
하얀 목련은 언제나 희망과 설레임과 기쁨을 주었다. 그러나 목련과의 이별을 해야만 했을 때 차라리 목련꽃이 피지 말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시작이 있으면 언제나 끝이 있듯이 인생살이에서 우리들은 누구나 어느 순간 가슴아픈 이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때론 감당하기 어려운 이별의 아픔이 있을지라도 사랑하였기에 진한 눈물을 뒤로 감춘 채 웃으면서 이별을 하도록 하자.
헤어짐 없는 사랑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흩어짐 없이 같이 걸어가는 동반자가 있다면 그 길은 결코 힘들거나 외롭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로 인해 그 사랑은 언제나 더욱 빛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느닷없이 닥쳐오는 죽음으로 인해 우리 인생의 순간순간이 소중해 지는 것은 아닐까.
비록 목련꽃잎은 떨어졌지만 나는 다시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련꽃이 피는 날을 기다릴 것이다.
목련 꽃이 떨어지던 날 목련을 여윈 슬픔을 겪었지만 내 마음 속에는 언제나 시들지 않는 활짝 핀 꽃으로 남아 있다. 끝까지 아름다운 모습만 보여주다 어느 순간 그렇게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내 삶도 목련꽃을 닮기를 소망해 본다. 찬란한 절정을 맛보고 그 아름다움을 끝까지 유지하면서 생의 마지막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으면 한다.
장광현·경북 예천군 예천읍
※ '독자에세이'에 원고를 보내주신 분께는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