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2일 오전만해도 안동수(安東洙) 법무장관의 인사말 초안 파문에 대해 "단순한 해프닝"이라며 의도적으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점점 사태가 확대되자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특히 이날 저녁 안 장관의 거짓말 의혹을 제기한 조간 가판이 배달되자 심각한 분위기가 청와대에 감돌았다."누가 초안을 작성했든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말을 문제삼을 수 있느냐"는 격앙된 불만과 "자칫 안 장관의 거취가 문제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사태의 대처 방안과 관련, 청와대 내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하나는 초안 파문을 물고 늘어져 정부를 흔들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식 아래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론이다. 다른 하나는 안 장관의 전력까지 문제되는 등 사태가 계속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상 안 장관의 거취를 포함한 근본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강한 입장이 우세하다. 그 근저에는 "과거 정권에서 검찰의 정치개입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졌고 그 때 가만히 있던 세력들이 실행되지도 않은 초안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는 불신이 깔려있다. 지금처럼 밀릴 경우 집권 후반기의 권력누수 현상이 일찌감치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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