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3개월째 가뭄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물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22일 경기 연천군에 따르면 양수장 물 사용을 둘러싸고 신답리와 인접 고문1리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신답리 주민 30여명이 전날 은대리 등으로 흘러나가는 농수로를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것. 은대리 주민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은 농업기반공사측은 이날 새벽 직원들을 동원, 물막이 강제철거에 나섰으나, 신답리 주민들의 저지로 실패했다.
경북 상주시 오태저수지 주변도 비슷한 상황. 10여㎞가 이어지는 용수로 물이 마르기 시작하자 상류주민들은 개인 양수기까지 동원, 몰래 용수를 빼내고 있어 만산동 화산동 등 하류쪽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있다.
농업기반공사는 급수시간을 정해 이 시간이 지나면 양수기를 철거하고 수문을 차단하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새벽과 밤을 틈탄 물 절도에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물 분쟁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잦다. 경기 연천군 농민 이모(59ㆍ미산면)씨는 지난 14일 양수기를 이용, 이웃 농민 고모(56)씨의 논에서 물 10톤을 훔쳐 자기 논에 댔다가 고씨의 신고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씨는 "갈라진 우리 논으로 속을 태우다 고씨의 논물을 보고는 눈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앞서 12일에는 경북 상주시 공검면 김모(67)씨와 최모(71)씨가 서로 자신의 논에 물을 대려다 싸움을 벌여 최씨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한편 22일 내린 비의 양도 전국의 물 부족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 물을 둘러싼 농민들의 분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연웅기자
ywlee@hk.co.kr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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