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범칙금을 납부하면 죄를 인정하는 것인데."현대계열사인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현대선물 이재성(李載星ㆍ49) 사장이 교통범칙금 6만원 때문에 변호사도 없이 8개월 동안 '나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사장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거리를 다이너스티 승용차로 좌회전하다 교통의경에게 적발된 것은 지난해 10월 9일 밤 11시 5분께.
이 사장은 "교차로를 3분의 1 정도 지났을 때 황색신호로 바뀌었다"고 항의했지만, 교통의경 김모(21)씨는 "황색 신호에서 좌회전을 시작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장은 "정식으로 이의 신청하겠다"며 6만원짜리 범칙금 스티커를 발부받고 이의제기 절차로서 법원에 즉결심판을 신청했다.
즉심에서도 무죄 주장이 받아 들여지지 않자 이 사장은 다시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 장기전에 들어갔다. 이 사장은 재판과정에서 직접 준비한 현장 사진과 좌회전에 걸리는 시간이 표시되는 비디오 테이프 등을 제출하며 의경의 '착오단속'이었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4단독 윤남근(尹南根) 판사는 목격자가 없는 상황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이 사장과 의경 간의 진실을 가리기 위해 오는 3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자신의 법적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대기업경영자가 6만원짜리 범칙금 때문에 8개월 이상 법정에 드나드는 데는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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