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성공을 거두면 출연한 신인급 배우는 여의도로 간다. 또 드라마에서 부상한 스타는 충무로로 발길을 돌린다.요즘 연예계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스크린 배우와 드라마 탤런트로 구분이 되지 않는데다, 연기자가 절대 부족한 우리 상황에서 연기자들은 여의도와 충무로를 구분하지 않고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를 해왔다.
영화 '섬' 에서 여주인공 역을 맡아 엽기적 분위기로 눈길을 끌었던 신인 배우 서정이 6월 6일 시작될 미니 시리즈 '로펌' (SBS)에서 예쁘고 똑똑한 변호사로 나온다.
드라마 데뷔작이지만 주연이다.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앞둔 영화 '아이 러브 유' 에서 남자 주연을 맡았던 이서진도 안방 극장에 첫 진출해 맹활약하고 있다.
이서진은 주말극 '그 여자네 집'(MBC) 에서 차인표와 함께 남자 주인공으로 나서 선배 연기자인 김현주와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 나간다.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 에서 불량 소녀 진숙으로 주가를 올린 김보경은 요즘 시추에이션 드라마 '학교'(KBS)에서 현대 무용을 공부하는 예술고 모범생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인 배우들의 드라마 행은 이들 뿐만 아니다. 영화 '미인' 과 '거짓말' 에서 전라로 충격을 주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던 이지현과 김태현도 드라마 '순자' (SBS)와 '러브 스토리'(SBS)로 안방 시청자에게 첫 선을 보였다.
여의도 스타의 충무로 행도 줄을 잇고 있다. 근래 '황금시대' '국희' 로 최고급 스타임을 확인시켜 준 김혜수는 현재 영화 '신라의 달밤' 의 촬영 중에 있으며 '그 여자네 집' 에서 주연을 맡은 차인표는 이 드라마가 끝나는 대로 영화 '아이언 팜' 에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최대의 인기 드라마였던 '허준' 과 '가을 동화' 의 주연 전광렬과 원빈도 처음 충무로에 입성했다.
전광렬은 이미숙과 호흡을 맞춘 '베사메무초' 에 출연해 중년의 사랑을 그렸고 원빈은 '킬러들의 수다' 에서 최고를 꿈꾸는 킬러로 나온다.
계약 관계로 현재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SBS)에 출연하고 있는 이병헌 역시 영화 20여편에 출연 섭외가 들어와 드라마가 끝나는 이달 말 출연작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신인 영화배우의 잦은 여의도행은 배우의 연기력 향상과 인기유지 전략, 제작진의 신인 배우 상품성을 이용하려는 의도 등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웬만큼 분위기만 살려도 카메라 조작이나 영상 처리로 부족한 연기력을 보완할 수 있는 영화에서와는 달리, 일상성을 드러내야 하고 클로즈업(근사촬영)이 주로 사용되는 드라마에서는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드라마는 영화 관객과 비교할 수 없이 수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일시에 유도할 수 있다. 이서진은 "섬세한 표정 연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드라마에 출연해 연기력 있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다"고 말했다.
여의도 스타의 충무로행은 드라마에 비해 영화는 제작기간이 길며 조명 촬영 등 제작환경이 좋고 출연료가 높은데 따른 것.
이병헌은 "영화를 선호한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자신의 연기색깔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고 충무로행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영화 신인배우의 무분별한 드라마 주연 기용과 여의도 스타의 충무로행에 대해 비판적 견해도 적지 않다.
두 장르의 연기패턴이나 작품의 캐릭터를 고려하지 않고 연기자의 인기만을 이용해 작품을 흥행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이지현이 연기력 부족으로 안방극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 한 예이다. 또한 두 장르에서 연기자를 서로 출연시키려 경쟁함으로써 출연료 인상을 부채질하고, 결과적으로 제작 여건을 악화시키는 점도 문제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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