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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잃어버린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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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잃어버린 '왕국'

입력
200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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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고향을 상실한 느낌입니다."현대건설 심현영(沈鉉榮)사장 취임식과 기자회견이 있던 21일 현대그룹 계동사옥 주변에서 축하의 박수 소리사이로 흘러나온 탄식이다.

다수 현대건설 직원들은 출자전환을 통해 우량한 독립기업으로 새로 태어나는 벅찬 분위기였지만 과거 한솥밥을 먹던 계열사에 포진한 '현대맨' 의 표정은 자못 달랐다.

그들에겐 마음의 고향이자 친정인 건설이 그룹 품을 떠났기 때문이다. "나라를 잃은 난민 심정"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이들은 현대건설을 '가시고기'에 비유한다. 수컷 가시고기는 새끼가 다자라 곁을 떠날 때 까지 먹이를 물어다 주지만 역할을 다해 힘이 빠지면 돌에 머리를 박으며 죽어간다고 한다.

현대그룹 성장기에 현대중공업 도크를 건설하고 현대자동차 생산라인 ,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공장을 설립하며 '현대왕국'을 일으킨 모태가 현대건설이다.

또 주변계열사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현대사관학교'이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과거 현대계열사와 친족회사 최고경영진은 대다수가 현대건설 공채 출신들이다.

그러나 어제의 현대건설은 분명 실패한 기업이다. 정경유착과 문어발경영을 통해 '재벌(chaebul)'이란 새로운 경제용어를 만들어내는데 일조했고 방만한 경영으로 결국 국가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제국의 흥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영원한 제국도 없다. 심사장이 취임식에서 "협력사와 고객들이 아직도 현대건설이 교만하고 관료적이며 부패했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질책한 것은 매우 시사적이다.

조재우 경제부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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