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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 출산여성 절반이상 '말못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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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 출산여성 절반이상 '말못할 고민'

입력
200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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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골프를 즐기는데 골프채를 휘두를 때면 어김없이 소변을 찔끔거려 마음대로 운동을 할 수가 없어요." -50대 주부"자궁탈출증으로 수술 예정인 입원 환자였습니다. 아침에 회진을 갔더니, 요실금 증상이 얼마나 심했던지 침대가 흥건히 적셔져 있었어요. 그날의 수술을 취소하고 먼저 비뇨기과부터 가 보라고 권했죠." -산부인과 의사

"체육 시간에 줄넘기를 하다 소변이 흘러 내려 병원을 찾았죠. 복압성 요실금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16세 소녀

■남편이 먼저 아는 요실금

아무리 금슬이 좋은 부부라도 남편에게, 아내에게 비밀로 간직하고 싶은 수치스런 일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배뇨할 생각이 조금도 없는데 배에 힘만 들어갔다 하면 저절로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은 많은 여성들이 남편에게도 알리기 싫은 부끄러운 증상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부부 사이가 좋을수록, 아내의 요실금 증상은 남편에게도 금세 전달될 수밖에 없다. 심한 요실금 증상은 성관계 중에도 소변을 찔끔거릴 수 있으며, 남편은 골반 근육이 늘어난 아내에게 '과거에 비해 친밀도(intimacy)가 떨어진다'는 불평 아닌 불평으로 아내의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0여년 전부터 여성비뇨기과 전문의를 표방해 온 홍재엽 박사(홍재엽 여성비뇨기과 원장)는 "요즘 병원 문을 두드리는 요실금 여성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남편이 병원에 가 보라고 권유해 온다"고 말했다.

생명을 위협하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10년 전만 해도 질병으로 인식되지 않았던 요실금. 그러나 최근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치료를 원하는 여성 환자가 늘고 있다.

■선진국선 노인 3대 질병

여성들이 내놓고 이야기하기는 꺼리지만, 많은 통계는 출산 경력이 있는 여성의 반수 이상이 요실금 증상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요실금 환자에 대한 통계가 첫 보고된 때는 1990년. 제일병원(현 삼성제일병원)이 849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40% 이상이 요실금 증상이 있다고 응답했다.

95년 이화여대 간호대가 전국 보건지소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50% 이상이 요실금 증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일상생활에 제법 불편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를 차지했다.

올해부터 요실금 패드를 시장에 내놓은 유한킴벌리사의 판매 실적 변화는 요실금이 이미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자리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선진국에서는 낙상, 치매, 요실금을 노인의 3대 질병으로 꼽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듯 요실금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여성 환자가 많지만, 정작 요실금 증상 때문에 병원 문을 두드리는 사례는 많지 않다. 홍 박사는 "당연한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많은 의사들이 수술부터 권하는 경향도 문제"라고 말했다.

수술에 막연한 공포심 같은 것을 갖고 있는 여성이 많아, 아예 병원 찾기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분만으로 인한 복압성 요실금이 대부분

요실금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으며 치료법도 이에 따라 다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분만으로 골반근육이 약화하고 골반이 이완되면서 방광과 요도가 처져 생기는 '복압성 요실금'이다. 요실금의 80~90%가 여기에 속한다. 기침, 재채기, 줄넘기를 하거나 배에 힘이 들어갈 때 소변이 나오는 증상이 바로 복압성 요실금. 이정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요실금 환자들은 기침할 때 74%, 재채기할 때 72%, 웃을 때 64%, 조깅할 때 53%, 걸을 때 24%, 성관계시 14%가 소변이 나온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절박성 요실금

요실금의 나머지 20~30%는 '절박성 요실금'이다. 절박성 요실금은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급성 방광염, 당뇨병, 자궁 수술후, 뇌동맥경화증, 뇌종양, 뇌경색, 다발성경화증 등 중추신경계통의 질병에 의해 발생한다. 절박성이라는 말 그대로, 소변이 급하다 여겨지면 화장실 변기에 앉기도 전에 속옷을 적시게 되는 증상이다. 이런 환자는 밤에 자다가도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자주 일어나야 하며, 낮에도 2시간에 한번 이상 화장실에 간다.

치료는 배뇨근 자체를 억제하는 약물이나 배뇨근으로 가는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이외에도 행동치료, 전기자극치료 등을 시행한다. 절박성 요실금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요실금은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증상은 아니다. 중풍이나 신경이상, 전립선 비대증을 앓고 있는 남성 환자에게도 요실금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송영주 기자

■요실금 이럴 때 악화

△만성 폐질환=해소, 천식, 기관지염 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반복되는 잦은 기침으로 복압이 증가하게 돼 골반근육이 쳐진다.

△비만=뚱뚱한 사람은 기침할 때 배에 힘이 들어가는 복압증가의 정도가 마른 사람보다 훨씬 크다

△흡연=여성호르몬 파괴를 증가시키고 만성 기관지염 등 폐질환을 유발해 잦은 기침 재채기를 하게 돼 만성복압 증가로 골반근육이 손상된다.

△카페인=소프트 드링크, 커피, 콜라, 차, 초콜렛 등은 방광을 자극해 소변량을 증가시키고 여성호르몬을 파괴한다.

△서서 일하는 직업=무거운 짐을 드는 직업, 서서 움직이는 직업, 예를 들면 방앗간이나 식당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만성적으로 복압이 증가한다.

△과격한 운동=테니스나 마라톤 등 과격한 운동을 즐기는 여성은 요실금 빈도가 높다.

△약 복용=항고혈압제인 알파 차단제(미니프레스나 카두라 등)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제가 내요도 괄약근의 힘을 빼 요실금이 악화한다.

△기타=몹시 피곤하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생리 전후 시기, 추운 날씨에 노출될 때도 일시적으로 악화할 수 있다.

■요실금 치료법

▽골반근육 운동과 전기자극 치료법

복압성 요실금의 치료는 우선 골반근육 운동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좋다. 이 운동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면 전기 자극치료나 질(膣)콘(cone)을 이용한 골반근육 강화법을 선택해 본다.

질 콘을 이용한 골반근육 운동이란 질 내에 20~450g의 원추형 콘을 삽입하고 하루에 1~15분간 두 번씩 빠지지 않도록 골반근육을 수축시키는 운동이다. 옥이건 수정이건 질 콘의 효과는 똑같다. 골반이완이 너무 심하거나, 질 입구만 좁아져 있는 경우 질콘을 이용한 운동효과는 그다지 없다.

전기자극치료는 전기자극기를 질 내에 삽입하고 35Hz, 50Hz 2가지 주파수에서 하루 20분씩 1주에 2~3회 3~6주 동안 전기 자극을 주어 골반 근육의 수축과 방광 활동의 이완 혹은 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이다. 홍박사는 "전기자극치료는 제대로 된 골반근육 운동을 가르쳐 주기 위한 수단"이라면서 "본인이 운동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요실금 수술법

수술법은 슬링(sling) 수술법과 버치(burch) 수술법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예쁜이 수술'로 잘못 알려진 질전벽협축술은 요실금치료술은 아니다. 홍박사는 "많은 산부인과 외래에서 외음부의 소음순만 좁혀주는 예쁜이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질 입구만 조금 작게 할 뿐 쳐진 방광 자체도 올려주지 못하는, 성생활에도 전혀 쓸모없는 수술"이라고 말했다. 질 입구는 물론 내부, 근육까지도 좁혀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어느 수술법이 최고의 방법인지 확실하게 입증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수술에 앞서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도해 보고, 결과가 시원치 않을 경우에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순서일 것이다.

▽환자의 70~80%는 골반근육운동만으로 효과

배상욱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떨어지고 요도 저항이 약해지는 폐경기가 되면 여성의 요실금 증상은 더욱 악화한다"면서 "골반근육운동을 통해 전체 환자의 70~80%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일단 비수술적 치료를 권하며, 소변이 한 방울도 흘러내리지 않기 원하는 환자를 위해서는 보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 수술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수술치료의 4년 성공률은 약 86~9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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