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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호국단' 비밀리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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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도호국단' 비밀리 편성

입력
200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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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사시에 대비, 비밀리에 전국 2,023개 모든 고교 재학생 210만여명과 교원 10만5,000여명(올 4월 기준)을 대상으로 '전시 학도호국단'을 편성ㆍ운영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모든 고교생들에게 준(準) 군사번호를 부여해 준 군사조직으로 편성토록 하고 각 학교에 무기고까지 만들라고 지시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21일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16개 시ㆍ도교육청은 올 3월 '대외비'로 분류된 '2001년 전시 학도호국단 편성지침 통보' 문건을 일선 고교로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 제대편성 기준표 ▲ 각급 지휘관 및 부지휘관 임명 ▲ 편성시기 및 운영 ▲ 학교별 고유단명(준 군사번호) 및 학생단번 부여 ▲ 비상연락 체계 등 구체적인 '전시 학도호국단' 편성 및 운영요령이 담겨 있다.

이 문건대로라면 모든 고교생은 자신과 학부모도 모르는 사이에 '전시 학도호국단'으로 편성돼 군사번호와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셈이다.

문건은 또 학교규모에 따라 사단(2,000명 이상), 연대(1,300~2,000명), 대대(650~1,300명), 중대(160~650명)로 분류하고, 최고책임자는 학교장,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은 교련교사와 군복무 경력 교직원, 소대장급 이하 지휘관은 간부학생을 각각 임명하도록 했다.

문건은 무기고를 보유하지 않은 학교는 무기고를 만들어 평시에는 용도변경해 사용ㆍ관리하다 전시에 원상복귀하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문건은 전시에 대비해 서류상으로 매년 편성해온 것으로 평상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면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학생들을 전선으로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 및 방어ㆍ복구활동을 돕도록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학부모와 일선 교사, 인권단체 등은 "1980년대 초 폐지된 '학도호국단'이라는 구시대의 유물이 비밀리에 운영돼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아무리 형식적이라 하더라도 학생과 교사들이 모르는 사이에 국가에 의해 동원과 통제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고, 학부모 최모(46ㆍ여ㆍ서울 강남구)씨는 "학생들까지 전시에 동원하려는 발상 자체가 충격"이라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은 성명을 발표, "재난과 전쟁시에 최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할 청소년을 비밀리에 전시 군사조직에 편입시킨 발상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행태는 전쟁만큼 위협적"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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