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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기왕저 대역전승 / 이창호, LG배 세계기왕전 제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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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배 기왕저 대역전승 / 이창호, LG배 세계기왕전 제패

입력
2001.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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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보기 드문 혈전이었다." 대국을 관전한 모든 프로기사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아무도 승부를 예측하기는 힘들었다.이창호 9단이 2연패 뒤 2연승을 거둬 이미 대세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였지만 오히려 그로 인한 부담감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승기를 타야 기운이 나는 이세돌 3단이 연이어 패해 그로 인한 심리적 갈등을 이기지 못할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누구의 우세를 점치지는 못했지만 그 부담감과 갈등은 여지없이 치열한 전투바둑으로 나타났다.

최종 대국이어서 새로 돌을 가렸다. 이세돌 3단이 흑을 잡아 유리하게 바둑을 시작했다.

전투는 상변에서 먼저 벌어졌다. 이세돌 3단이 흑 15로 도발적인 수를 두며 싸움을 걸었고 백이 16으로 응수하면서 혼전이 시작됐다. 중반까지는 조심스럽게 이세돌 3단의 우세를 점치는 형국.

상변의 전투가 일단락됐다고 생각한 이세돌 3단은 흑107로 하변을 공격하며 저돌적으로 달려든 것까지는 좋았는데 좌상귀에 미련을 둔 패싸움 결과 흑153의 패착을 둠으로써 승기를 놓쳤다.

백160까지의 결과는 흑의 대손해. 결국 이창호 9단이 여유있게 백168을 놓음으로써 승부가 결정됐다. 이후 이세돌 3단은 하변을 공략하기 위해 처절하게 달려들었지만 결국 완강한 백의 수비를 이기지 못했다.

대국 후 이창호 9단은 "전투와 접전이 계속돼 어려웠다. 나중에 좌상귀에서 패가 났고 바꿔치기 결과가 좋아 이길 수 있었다"고 접전을 설명했다. 그리고 "초반 2연패가 가슴이 아팠지만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해 부담없이 두었다"고 말했다.

이세돌 3단은 패배를 인정하는 분위기. "경험이 부족했고 무엇보다 실력이 모자랐다. 쓰지만 보약으로 생각하겠다. 3연패의 충격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더욱 열심히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4국과 5국은 완패였지만 3국은 아까웠다. 좋은 바둑인데 놓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창호 9단에게 이번 승리는 의미가 큰 사건. 통산 100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1974년 제14기 최고위전에서 첫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15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현재 최고기록은 스승인 조훈현 9단이 세운 152회 우승.

이로써 국내 기사 중 최초로 한 해 상금 10억 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근의 부진의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 9단은 지난달 열린 후지쓰배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는 등 21일 현재 13승 9패, 승률 61%대의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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