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용화로 논란의 대상이 된 제주도, 그러나 문제는 영어가 아니라 국제자유도시 프로젝트 자체이다.'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자유도시'는 제주도정을 잡은 사람들이면 열심히 외쳐보는 구호였고, 역대 정부마다 한번씩 검토하곤 했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용두사미(龍頭蛇尾)였다. 이유는 걸어놓기엔 좋은 그림이지만 살 마음이 내키지 않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별로 팔 마음을 갖지 않고 그린 그림이었다.
■과거와는 달리 민주당 정부는 제주 국제자유도시를 매우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당내에 정책 기획단이 구성됐는가 하면 건교부엔 추진지원단이 활동하고 있다.
영어 공용화까지 나오는 것만 봐도 '팔릴 수 있는'그림을 그리려는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연말까지 입법을 완료한다는 것이 당정의 생각이고 보면, 야당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내년이면 제주도는 법률상 국제자유도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나 제주도 당국이 모델로 삼겠다는 도시가 홍콩과 싱가포르라는 것을 들으면서, 과연 그게 비전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제2의 홍콩이나 싱가포르를 꿈꾸는 것은 바로 이들 도시와의 종합적인 경쟁을 의미한다. 홍콩은 영국식민지이면서 중국대륙을 배후지로, 싱가포르는 리콴유라는 탁월한 지도자에 의해 창조된 도시국가로 발전했다.
기능 크기 역사에서 제주도가 본받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정부가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을 원한다면,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다른 모습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마침 정보통신혁명과 지식혁명은 21세기의 이상적 국제 도시를 설계할 수 있는 틈새를 제공하고 있다.
지식노동자에게 일자리와 기회를 줄 수 있는 '제3의 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파급효과가 큰, 지식과 정보 그리고 아이디어가 창출되는 '공장'을 우선 이곳에 짓는 것이 국제자유도시의 씨앗이 될 성 싶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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