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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으로] 피의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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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속으로] 피의 일주일

입력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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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1년 5월21일 맥마흔이 지휘하는 프랑스 정부군(베르사유군)이 노동자들의 자치 정부(코뮌)가 수립된 파리로 진격하면서 세칭 피의 일주일이 시작됐다.그 날부터 코뮌파가 절멸된 28일까지, 이 도시는 총탄 소리만이 아니라 바리케이드 너머로 화염에 묻어 새어 나오는 희망의 속삭임과 절망의 울부짖음으로 가득 찼다.

파리 코뮌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의 끝머리인 그 해 3월28일 시민들의 봉기로 수립된 세계 최초의 노동자 정부다.

코뮌은 짧은 기간 동안 노동자의 최저 생활 보장, 집세를 포함한 부채의 상환 유예, 노동 조합의 공장 관리 등 사회주의적 정책을 과감히 실시했다.

그러나 프로이센군과 결탁한 정부군의 반격과 그에 이은 보복은 끔찍했다. 코뮌 기간과 그 직후에 학살된 파리 시민은 줄잡아 3만, 많게는 10만에 이른다.

코뮌 와해 뒤 5년 동안 파리는 계엄령 아래 있었고, 모든 신문과 공연물이 사전 검열을 받았으며, 카페나 레스토랑도 밤영업이 금지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1914년까지는 코뮌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파리 코뮌 뒤 1977년까지 백년 이상 파리는 프랑스에서 시장(市長)이 없는 유일한 도시였다. 프랑스 정부가 이 위험한 혁명의 도시를 지방자치의 예외 구역으로 두었기 때문이다.

코뮌파의 일원이었던 외젠 포티에라는 사나이는 코뮌이 붕괴한 직후 파리의 한 은신처에서 두려움을 이겨내며 "대지의 저주 받은 자들이여 일어서라/ 굶주린 도형수들이여 일어서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만들었다.

그는 그 노래에 '인터내셔널(국제노동자연맹)'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노래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이끈 제1인터내셔널의 당가(黨歌)로 채택됐고, 그 뒤 세계의 모든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는 혁명의 노래가 되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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