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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조각 1세대 최만린 회고전- 한국적 미학 꿈틀대는 '추상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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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조각 1세대 최만린 회고전- 한국적 미학 꿈틀대는 '추상조각'

입력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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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린(66)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현대 추상조각 1세대 작가로 불린다. 서울대 미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광복 이후 국내 대학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첫 세대로서 1950년대 후반부터 국내 조각계를 이끌어왔다.6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울올림픽 기념조각 '서울의 만남'등 눈에 익은 야외조각과, '雅(아)''胎(태)''脈(맥)'연작을 통해 한국적인 미학을 찾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6월 17일까지 호암갤러리(02-771-2381)에서 열리고 있는 '최만린 회고전'은 작가 개인의 회고전인 동시에 국내 추상조각의 역사를 집약한 전시회다.

50년대 초기작품부터 근작까지 그의 작품세계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보여주는 조각 90여 점과 드로잉 30여 점이 시기별로 분류돼 선보인다. 2층 전시장에서는 야외조각에 대한 슬라이드가 상영된다.

작가 '최만린'으로서 개성을 보여준 시기는 60년대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양 앵포르멜 운동에 도취됐던 국내 조각계의 풍토 속에서, 상형문자인 한자의 획을 3차원 공간에서 형상화한 '천ㆍ지ㆍ현ㆍ황'연작, 남녀 장승의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일ㆍ월'연작이 이 시기에 발표된 것이다. 63년 대학원 졸업논문도 한국의 전통 가면을 주제로 했다.

60년대가 거친 나무의 질감을 활용했다면, 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는 매끄러운 표면의 브론즈 작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였다.

신체 장기를 연상시키는 '태'시리즈는 꿈틀대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작품의 역동성과 기(氣)가 강렬하게 다가오는 대표작이다.

80년대 후반 들어서는 '점', 'O'시리즈와 함께 야외조각으로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스페인 작가 수비라치와 공동 제작한 '서울의 만남'을 비롯해 여의도 KBS 본관 앞의 '점 89-10', 독립기념관의 '통일 기념의 탑', 중소기업연수원의 '점 96-3'이 대표적인 야외 조각이다.

'O'시리즈는 하늘로 치솟는 뜨거운 용암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이전 '태'와 '맥'연작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표출했다.

이준 호암갤러리 학예연구실장은 "최만린씨는 미술행정가이자 교수, 국전 초대작가로서 음양의 원리에 따른 상생과 조화라는 일관된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해온 작가"라며 "관람객은 일부 매끄러운 브론즈 작품을 직접 만져봄으로써 질감과 형태가 어떻게 조화돼 있는지 느껴볼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4시 30분 전시장에서는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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