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구조조정 장기화에 따른 국민 피로감 해소가 정부의 당면과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일본 대장성 재무관 재직시절 '미스터 엔'으로 불리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木+神 原英資ㆍ60ㆍ사진) 게이오대 교수는 19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7일부터 19일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 주최한 '한국경제의 위기와 회복' 국제세미나 참석 차 방한 한 사카키바라 교수는 "일본 경제의 구조조정 작업의 성공여부가 불투명해 엔화가치가 올 연말에는 달러당 130엔대로 하락할 수 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최근 120~125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전망은.
"앞으로 당분간(2~3주일) 엔화 환율은 큰 변동 없이 120~125엔대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중ㆍ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 경제가 또 한번의 불황(recession)에 빠질 경우 엔화는 달러당 130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
또 미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고이즈미 내각이 추진하는 구조조정 작업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한다면.
"고이즈미 총리는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내각의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very uncertain)'하다. 자민당이나 심지어 그의 진영에서조차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사람이 다수인 상황이다.
일본 국민의 90%가 고이즈미 총리를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 국민들은 구조조정의 고통이 얼마나 뼈저린지 모르고 있다. 막상 구조조정이 시작돼 모든 사람이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이 취한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의 성과를 평가해 달라. 또 미진한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지금 추진중인 2단계 구조조정은 1단계 보다 더 힘들 것이다. 한국은 현재 금융기관을 재조직하고,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2단계 금융 구조조정의 방향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국민들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느끼고 있는 피로감을 해소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대국민 설득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최근 한일간에 외환위기때 70억달러를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통화 스왑' 협정이 체결됐다. 아시아 지역국가간의 금융협력 필요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역 협력은 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하다. 유럽연합의 경우 그 세력이 중부ㆍ동부유럽은 물론, 북아프리카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역시 2005년까지 북ㆍ중ㆍ남미 국가들을 통합하는 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역간 경제협력 측면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매우 뒤처져 있다.
아시아 지역 경제통합을 이루는 방편중 하나가 아시아통화기금(AMF)의 창설이며, 통화스왑 협정도 그 같은 방향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일본 엔화가 일본의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통화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와 대책은 뭔가.
"한 나라의 통화가 국제화하려면 먼저 그 나라의 경제부터 국제화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 경제는 아직도 폐쇄적이고, 따라서 훨씬 더 개방돼야 한다. 특히 농업, 국내 제조업, 국내 서비스업 등 분야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한국과 일본 경제를 비교했을 때 각각의 장ㆍ단점은 무엇인가.
"비록 1997년 외환위기 때문에 시작되기는 했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3년 먼저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반면 일본의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단계다.
구조조정만 따진다면 일본은 한국에 3년 뒤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방한기간 중 한국의 주요 경제계 인사를 만나 봤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이 단행한 '과단성 있는(drastic)' 구조조정은 일본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누구
▦65년 도쿄대 경제학부 대학원 졸업, 대장성 입성
▦69년 미 미시간대 경제학 박사
▦71~76년 국제통화기금ㆍ세계은행 근무
▦77년 일 사이타마대 경제학 교수
▦83년 대장성 국제금융센터 소장 보좌역
▦95년 6월 대장성 국제금융국장
▦97년 7월 대장성 재무관(차관급)
▦99년 7월 퇴임
▦99년 10월 게이오 대학 교수 취임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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