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판 '아침마당'이 방송 10주년을 맞는다.'아침마당을 안 보면 하루가 개운치 않다'는 주부에서부터 부리나케 전화를 걸어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들까지, KBS '아침마당'(1TV 월~토 오전 8시 30분)은 상당수의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아줌마당'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1995년부터 3년간 KBS2, MBC, SBS등 다른 채널에서 화려한 드라마나 연예인 토크쇼가 방송되었지만 평범한 사람들만으로 꾸려지던 '아침마당'은 평균시청률 18%, 점유율 40%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현재도 14~15%내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92년부터 8년여 간 이 프로그램의 책임프로듀서를 맡았던 김성응 비서실장은 "보통사람들의 발언권이 확대되는 시대적 조류를 잘 포착한 것이 성공비결"이라고 자랑한다.
아침마당의 초점은 서민의 평범한 삶에 있다. 김 실장은 "'사연을 가진 분들의 신청을 받습니다'라는 공지를 한 프로그램은 아침마당이 최초"라고 한다.
시청자 참여를 위해 마련한 여섯 대의 전화(02-781-3521~6)는 아침부터 쉴새 없이 울린다. '나도 할 말 있다'는 사람들에게 널찍한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또한 '보통의 생활수준과 학력수준을 가진 전업주부'로 시청집단을 명확히 설정하고 가족 전체의 문제 못지 않게 주부 자신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남편의 술버릇'보다는 '폐경 이후의 허탈감'에 대한 주부들의 참여율이 훨씬 높다"는 게 제작진의 귀띔이다.
아침마당이 그간 세운 기록도 어마어마하다. 3,508회가 방송되면서 2만 2,770명이 출연했고 이계진부터 시작해 윤방부 정은아 이상벽 이금희 송지헌 김재원 등 10여명의 스타 진행자와 100여명의 PD가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이다도시, 정덕희 송수식 등 스타급 게스트도 배출되었다.
10주년 기념으로 '아침마당'은 21일 한국가족학회와 공동으로 한국의 가족문화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세미나를 연다.
이날부터 5일 연속 특집으로 '한국의 가족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주제로 새로운 고부관계, 변화된 주부의 역할 등을 조명한다.
'아침마당'의 다양한 섹션별 구성
'아침마당'의 기본성격은 토크쇼지만 요일별로 다양한 형식의 '매거진'프로그램을 지향한다. 91년에는 현재의 '마당기획'처럼 출연자가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내용이 1주일 내내 방송되었다. 그러다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을 거듭하여 95년부터 현재의 요일별 구성으로 정착되었다.
월요일의 '주부발언대'는 신혼여행에서 생긴 일, 남편의 술버릇 등 일상적인 주제로 진행되는 거침없는 수다마당이다.
생방송이기 때문에 이야기에 흥이 오른 주부들에게서 방송이 감당 못할 비속어가 튀어나오곤 하는 바람에, PD들이 가장 긴장하는 코너이기도 하다.
'부부탐구'(화요일) '마당기획'(금요일)은 은밀한 부부문제를 성공적으로 공론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티격태격하는 부부를 어르고 달래는 진행자 엄앵란 송수식씨, 변조된 목소리와 챙 넓은 모자로 자신을 가리고 문제를 털어놓는 출연자는 '아침마당'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막상 참여신청을 할 때는 흔쾌히 응락하고도 나중에는 움츠러들어 돌연 '출연거부'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제작진을 가장 애타게 하는 코너이기도 하다.
외도한 남편을 두고 자녀교육문제를 고민하던 출연자는 방송 직전에 잠적해 버려 패널들과 시청자의 전화참여만으로 방송을 진행했다.
한 제작진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보통 사람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일 연예인의 '원맨쇼'형식의 토크였다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라고 그 때를 회상한다.
'아침마당'의 사회적 기여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것은 수요일의 '그사람이 보고 싶다'. 기구한 사연으로 헤어진 가족을 찾는 절절한 호소는 밥상을 앞에 두고 종종 목이 메게 한다.
본래 친구나 은사를 찾는 내용이었다가가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 정착되었다.
96년부터 현재까지 출연자의 70% 가까운 1,100명이 가족을 찾았다. 조명희 PD는 "현재 신청자를 다 소화하려면 10년을 방송해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명사나 연예인, 성공한 보통 사람들을 초청하여 속깊은 이야기를 듣는 '목요초대석', 주부들의 '깜짝변신'이나 어려운 형편의 부부에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는 '토요이벤트'도 아기자기하다.
형식에 거의 변화가 없어 '매너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제작진은 "같은 형식이라도 시청자의 참여를 통해 민감한 현안이나 세태변화가 반영된다"고 한다.
조명희 PD는 "형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도로 보통사람들의 친근한 말벗이 될 것"이라고 다짐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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