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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사진 없는 전자정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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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사진 없는 전자정부론

입력
2001.05.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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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이 아직도 힘겹다. 외환위기는 벗어났다지만 국민이 느끼는 고통은 여전하다.왜일까. 그 이유로 경제학자들은 우리 나라의 낮은 생산성을 꼽는다. 노사문제로 복잡하게 얽힌 노동자의 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1/2, 전문성이 부족한 경영진은 1/4,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공무원은 1/8 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니다.

일은 열심히 하는데 생각없이 일하는 것이 병이란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망한다면 더욱 열심히 일할 때 더욱 빨리 망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그래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사실은 기업 구조조정 못지 않게 올바른 정부개혁도 시급한 과제였다. 다른 국가들은 개혁적인 전자정부구현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10년 가까이 늑장을 부려왔다.

최근 대통령이 전자정부를 강조하니까 너도나도 이제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혼란스럽기만 하다.

첫째, 정보통신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가 각각 주무 부처인양 행세하는 가운데 총괄 사령탑이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화촉진기본법을 내세우면서 행정자치부가 밀어붙인 전자정부구현법을 내심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고, 기획예산처도 정부혁신 차원에서 대통령직속의 전자정부특위를 가동시켰다. 그런데도 정작 국가CIO(정보화책임관료)를 자임하는 사람은 안 보인다.

둘째, 미래한국의 청사진은 그리지 않은 채 모두가 정보화사업을 펼치기에 급급하다.

미래경영전략을 뒷받침하는 정보전략계획을 수립한 후에야 장ㆍ단기 시스템 구축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정보기술의 기본상식조차 무너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에게 보고한 전자정부특위 보고서도 5~10년 후의 미래설계는커녕 현 정권이 끝나는 2002년까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 선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셋째, 정보기술관리제도를 정비하고자 하는 노력에 진지함이 없다. 객관적 목표설정, 합리적 예산편성방법, 사전 투자효과 평가방안, 책임 감리제도, 사후 성과평가척도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마련된 것이 없다.

개발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아웃소싱제도의 중요성도 간과되고 있다. 전자정부구현을 성공시킨 미국의 정보기술관리개혁법에서 교훈을 못 얻고 있으니 우리는 명분만 그럴듯한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하면서 시스템통합(SI)업체의 공공사업 적자만 누적시킬 공산이 크다.

전자정부는 대통령 한 명의 관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조직체계를 갖추고 성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최소 5년 후를 위한 개혁적 청사진부터 그려야 한다.

신임 정보화수석비서관이 국가CIO로 임명되어 부처별 CIO들과 정보산업계의 전문가들로 새로이 구성된 전자정부추진위를 이끄는 획기적인 조치를 보고싶다.

정보기술 전문가의 참여 없는 비상근 차관급 위원회의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기획예산처로 하여금 모든 전자정부전략수립과 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업무혼선과 부처 이기주의를 막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의 책임영역을 관련 산업육성으로 축소하면서, 모든 부처를 상대하는 정보화기획실과 한국전산원 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이관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량화된 정보화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적정예산을 편성하며 투자효과 및 성과를 평가하고 아웃소싱제도를 정착시키는 산하 전문기관을 신설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자정부의 이념은 정부재창조(Reinventing the Government)라고 한다. 우리 나라 공무원들의 생산성이 선진국 수준처럼 현재의 8배가 되는 모범을 보이면 산업계 인력의 생산성은 이에 뒤질세라 세계일류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헌ㆍ한국 외대 경영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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