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신 울려퍼진 '우리의 소원'과 한반도기의 물결. 타이틀방어에 나선 북한국적의 재일동포 3세 홍창수(27)의 금색트렁크 허리춤에는 '조국은 하나(One Korea)'라는 문구가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조총련계 응원단 250여명도 1,200여명의 국내 응원단과 뒤섞여 남북대결보다는 화합을 앞세웠다. 지난 해 8월 조인주로부터 챔피언벨트를 빼앗았던 홍창수와 설욕을 노린 조인주(32ㆍ풍산체육관). 장외의 화합분위기는 고조됐지만 방어와 탈환이라는 상반된 목표를 가진 링위의 승부는 냉엄했다.홍창수가 20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플라이급 세계타이틀전에서 도전자 조인주를 5회 KO로 뉘이고 2차 방어에 성공했다. 챔피언 홍창수는 24승(6KO)1무2패, 홍창수에게만 내리 2패를 당한 조인주는 18승(7KO)2패를 기록했다.
팽팽한 균형을 이루며 4회를 마친 두 선수의 희비는 단 한 방에 엇갈렸다. 5회, 공이 울린 지 45초만이었다. 왼손 잽으로 기회를 엿보던 홍창수는 왼손에 이은 정확한 오른손 원투 스트레이트를 조인주의 얼굴에 적중시켰다. 조인주는 그대로 뒷머리를 링바닥에 부딪치며 쓰러졌다. 조인주는 홍창수가 아버지의 무동을 타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조국은 하나다"를 외칠 때까지 한동안 링에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홍창수는 2차 방어전 대전료로 7만달러(약 9,300만원), 도전자 조인주는 3,000만원을 받았다. 4개월간 와신상담해 왔던 조인주는 이번 패배로 은퇴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창수는 "어제 계체 때 조인주 선수의 허리에 살이 붙은 것을 보고 조 선수의 훈련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며 "4회 오른손 공격이 적중했을 때 조 선수의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을 보고 승리를 자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쪽 동포들이 응원을 해줘 이길 수 있었다. 기회가 오면 또 서울에서 경기를 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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