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의 여ㆍ야ㆍ정 합숙 경제토론회는 일단 고무적이었다. 여야의 정책담당 의원들과 경제부처 장관들이 1박2일에 걸쳐 국정현안과 대책에 관해 머리를 맞댄 것 자체가 보기 좋은 일이었다.화합한다는 명분으로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골프장 회동에서 국민의 실소를 자아내는 코미디나 연출하는 것에 비하면 한결 진지하고 건설적인 것이다.
국회의원과 장관이 넥타이를 풀어제친 자유복장의 합숙 토론회 광경은 국민들의 눈에도 자못 신선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들이 이번 토론회에 기대와 신뢰까지 주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오히려 '이건 또 무슨 쇼냐'하는 냉소적 눈길과 판단을 유보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에 보다 유의해야 한다. 그만큼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뿌리깊은 것이다.
헌정사상 최초의 이색 실험이 된 이번 토론회가 제대로 된 국민의 평가를 받으려면 앞으로 후속 행보가 더욱 중요하다.
'이번 토론회는 첫 걸음마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완결편이 아니다'는 자세를 참석자를 포함한 정치권과 정부가 모두 나눠 가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취지와 긍정적인 시간을 공유했다 하더라도 가시적인 생산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또 하나의 전시성 이벤트로 기록될 것이다.
이 점에서 토론회 참석자들이 6개항의 정책 합의문을 낸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참으로 조급하고, 그래서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가 당초 토론회에 기대한 것은 어떤 합의의 도출이 아니다.
여ㆍ야ㆍ정 3자가 합의 등 형식논리의 압박에서 벗어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그 어떤 합의보다도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하고 중차대한 국가 현안에 대해 고작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고서 거창한 합의문을 내놓는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고 작위적이다. 첫술에 배를 불리려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과욕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ㆍ야ㆍ정은 합의문을 낸 만큼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결실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정치권의 합의사항이 손바닥 뒤집듯 번복 무산되는 상황을 우리는 숱하게 보았다.
헌정사상 최초의 3자 경제토론회가 '실패한 실험'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은 제2차 3차 토론회를 기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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