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 대한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 됨에 따라 현대그룹이 2차 핵분열 단계에 돌입했다.1998년 83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재계 수위를 차지했던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이 일어난 지난해 정몽구회장의 자동차 10개사가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1차 분리가 시작됐다.
이후 현대의 3대 부실기업 중 현대건설이 우여곡절 끝에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가면서 2차 핵분열이 본격화하고있는 것이다. 나머지 '뜨거운 감자'인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등이 상반기 중 처리되면 그룹 잔류 기업의 윤곽은 모두 드러나게된다.
당초 현대그룹은 5개의 소그룹으로 분리되는 최종 시한을 2003년 말로 잡았으나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유동성위기가 심화하면서 시기가 2년이나 앞당겨졌다.
■소그룹으로 재편되는 현대
현대그룹은 현재 8개 상장사 (현대건설 제외)와 18개 비상장사를 합쳐 총 26개 계열사를 거느리고있다.
하지만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 계열사들이 상반기 중 외자유치 등을 통해 분리되고 우량계열사인 현대중공업마저 연말에 분가하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현대상사, 현대엘리베이터 등 3개의 상장사 (고려산업개발은 부도상태)와 현대택배 등 10여개의 비상장사를 거느린 재계 10위권 바깥의 '단촐한' 기업군으로 바뀐다.
그나마 주력인 현대상선은 해운업체 특성상 높은 부채비율과 환차손, 대북사업 손실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새 지주회사로 등장한 현대엘리베이터는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소형 기업에 불과하다. 양으로 보나 질적 수준으로 보나 핵심 기업이 없어진 것이다.
반면 정몽구회장의 현대차그룹과 정몽준 회장의 중공업그룹은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와 선박시장 특수로 유례없는 호황을 보이고 있어 형제간 희비가 엇갈리고있다.
■향후 일정
한국 경제의 '태풍의 눈'이었던 현대건설은 출자전환이 결정되면서 1조4,000억원의 출자전환과 1조5,000억원의 증자를 6월말까지 끝내고 '클린컴퍼니'로 거듭나게된다. 정몽헌회장의 지분이 완전감자되면서 '현대호'에서 '국민기업'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22일부터 투자유치설명회(해외로드쇼)에 나서 해외주식예탁증서(GDR) 10억달러, 고위험고수익채권(하이일드본드) 3억7,000만 달러를 발행할 계획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외자유치와 동시에 계열분리가 예정돼있다.
현대투신도 미국계 투자회사인 AIG컨소시엄과 정부가 추가 잠재부실규모를 확정하는 대로 출자규모, 분담비율, 경영진 문제 등을 논의해 상반기중 매각이 이루어진다.
AIG측에서는 현대증권의 경영권도 함께 넘겨주기를 원하고있으나 현대건설을 포기한 정몽헌회장이 증권까지 내줄 수는 없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조재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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