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학원뿐만이 아니었다.8명의 아까운 젊은이들을 앗아간 경기 광주시 송정동 예지학원 화재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이 일대에 밀집한 다른 기숙학원들의 안전불감증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18일 오후 광주시 초월면 A학원. 지상 4층 건물에 2개의 기숙사시설과 2개의 강의실을 갖추고 있는 이 곳에는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을 볼 수 없었으나 최근에 떼어 낸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다.
500평 가량의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는 등 겉으로 보기에는 사고 이전이나 다를 바 없었으나 안으로 들여다 본 사정은 전혀 달랐다.
학생 30여명이 자는 10평 남짓한 기숙사 천장에 설치된 화재감지기는 라이터 불을 갖다 댔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았으며 주방에서 밖으로 통하는 비상등도 꺼져 있는 등 사고위험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다.
복도에는 각종 집기들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 비상층계를 막아 음식물 배달통로로 사용하는 등 안전불감증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학원에서 3㎞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B학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4층 건물중 1층에 설치돼있던 쇠창살을 학원측은 18일 오전 모두 제거했다.
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도주할 우려가 있는 데다 들짐승이 수업시간이 들어오곤 해 설치했던 것”이라며 “이날 긴급제거작업을 벌여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다.
C학원의 경우 사고가 난 이후 소방관계자는 물론 물론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하는 등 철저한 은폐에만 급급하면서도 학원 곳곳에 설치된 학생들의 활동을 엄격히 감시하는 CCTV는 쉬지 않고 작동하고 있었다.
이 학원은 부분적으로 쇠창살을 철거하기는 했으나 5층 옥탑에 설치된 쇠창살은 그대로 남겨둬 흉물스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 기숙학원은 학생들의 기숙사 통로를 학생들의 통행을 자제시킨다는 이유로 대형 철제대문을 설치한 뒤 밤이면 잠궈버려 화재사고가 발생할 경우 학생들은 꼼짝없이 갇힌 채 봉변을 당해야 해 소름이 끼쳤다.
대다수 학원들이 각 층마다 소화기를 비치하기는 했으나 눈에 띄기 어려운 곳에 놓여있는 데다 녹슬고 낡은 것들도 있어 화재발생시 제대로 작동할 지 의심스러웠다.
현재 경기지역에는 이 같은 기숙학원이 17개나 되지만 대부분이 화재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학원의 무관심 뒤에는 소방당국과 교육당국의 점검소홀도 한몫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학원 관계자는 “평소에는 얼굴보기 힘들던 공무원들이 예지학원 화재사건 이후로 매일 수십차례씩 다녀가고 있다”며 “평소 안전관리에 대해 관심을 조금만 가졌더라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분개했다.
경기 남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솔직히 인원부족으로 기숙학원 안전점검을 1년에 한번 실시하기도 힘들다"며 "상부에서 학원 안전점검을 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으나 고문을 보내 각 학원이자율적으로 실시하도록 유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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