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님이 대승불교 최고 경전인 '화엄경'과 관련내용을 체계적으로 전산화하여 화제다. 한글 화엄경 뿐만 아니라 1950년대 이후 국내는 물론 북한에서 나온 논문, 주석 등 화엄경 관련 자료를 한곳에 정리한 '화엄경 총론' CD롬이 이달말 선보인다. 주인공은 경기 고양시 부처골에 자리잡은 용화사 주지 성법(性法ㆍ44) 스님.불경 전산화는 21세기 불교계의 가장 큰 현안이다. 지난해말 고려대장경연구소가 고려대장경의 한문본을 8년에 걸쳐 전산화해 CD롬 15장에 담았고, 동국대 역경원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최근 완간한 고려대장경 한글 번역본의 전산화 작업에 착수했다. 많은 인력과 예산, 전문적 기술이 요구돼 큰 조직체가 아니면 섣불리 나서기 힘든 일이다.
'화엄경 총론'은 신도가 500세대도 채 못되는 작은 사찰의 주지인 성법 스님이 거의 단신으로 뛰어들어 일궈낸 불사이다.
더구나 현재의 불경전산화작업이 경전 자체를 담는데만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법 스님은 한 걸음 나아가 화엄경 관련자료를 집대성했다. 화엄경은 선재동자의 수행과정을 통해 보살도의 이상을 보여주는 경전이다.
1994년 무비 스님이 번역한 한글 화엄경 10권을 기본 텍스트로 5,000여자에 이르는 불교용어 해설을 달았다. 여기에 무비, 해주스님 등 국내 학승 뿐 아니라 북한 사회과학연구소의 화엄경 주석까지 포함해 40~50여명 학자들의 해석을 담아 체계적으로 검색 가능하게 했다.
경전 해석에 의문이 생길 경우 여러 자들의 견해를 대비해 볼 수 있게 된 것. "30년 동안 1,000여권의 책을 섭렵하며 공부해온 내용을 모두 담았다." 스님은 담담하게 말했다.
책으로는 100여 권 분량, 웹페이지로 1만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꼬박 1년간 몇몇 지인과 함께 밤잠을 설치며 해 온 이 작업은 스님에겐 수행의 과정에 다름없었다.
"1977년 출가했지만 몸이 약해서 선방 수행을 하기 힘들었다. 내 나름대로 찾은 수행방식이 독경과 사경이었다.
내 할 일을 찾은 것이다." 주위에서 감히 그 일을 혼자 해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의 시선도 많이 받았다는 스님은 "이 CD롬이 불교학의 작은 밑거름으로 쓰여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re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