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에 참변을 당한 경기 광주시 송정동 예지학원생들은 혹독한 스파르타식 학습지도 이상으로 극심한 입시 중압감에 시달려 온 것으로 18일 드러났다.숨진 8명의 재수생을 포함, 대부분의 수강생 숙소와 책상서랍 등에서 타이밍(잠 안오는 약)과 신경안정제가 다량 발견돼 이들을 짓눌러 온 중압감 정도를 짐작케 했다. 두통약과 소화제 감기약 등 다른 약봉지들도 흔하게 나왔다.
숨진 최모(19)군의 반쯤 불 탄 책상 서랍에서는 타이밍이 수십 알 들어있는 조그만 약병이 발견됐으며 역시 희생된 김모(19)군의 침대 옆 사물함에는 지난달 인근 모 의원에서 지은 열흘 치 두통약을 포함, 여러 약봉지들이 포개져 있었다.
다른 학생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서랍마다 온갖 약이 가득했다. 화재 현장에 버려진 한 수강생의 일기장에는 "왜 이렇게 잠이 오는지 미칠 정도"라고 적혀 정신적 강박감이 역력했다.
한 부상 재수생은 "불안감을 달래려 신경안정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소화제를 달고 사는 여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입시 중압감은 학원생 대부분이 스스로 이 학원을 선택했다는 점에서도 엿보였다.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삼수생 이모(20)씨의 아버지는 "지난해 수능에서 370점을 받았지만 아들이 기필코 'S대에 갈테니 기숙학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랐다"며 울먹였다.
이날 빈소에서는 유족들이 "대학에 들어가겠다고 애써 찾아다니더니 바로 여기였냐"고 오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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