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표(票) 강박증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교총(敎總)의 정치참여 문제만 해도 그렇다.이군현(李君賢) 신임 교총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교총의 정치참여 의향을 밝힌 뒤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당론 유보' 팻말을 내걸어 왔다.
"교총회장이 말한 정치활동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당론을 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한나라당은 그러면서 "교총에 정치활동을 허용할 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 정권은 땅에 떨어진 교권을 다시 세우고 붕괴된 학교를 일으키는 일에 전력해야 한다"고 여권에 화살 돌리는 일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대다수 당직자들은 교총의 정치참여에 회의를 표하고 있다.
최연희(崔鉛熙) 제 1정조위원장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교육현장이 황폐화하는 마당에 신성한 학교마저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전재희(全在姬) 제 3정조위원장도 "당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전제를 깔면서도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교총의 정치참여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의 당론 유보는 '33만 교원 표'를 의식한 어물쩍 전략에서 비롯됐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최근들어 부쩍 자주 당직자들에게 "반사이익에 안주하지 말고 정책대안을 내는 당이 돼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의 지시는 '표에 도움 되지 않는 대안은 대안이 아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게 한나라당의 현실이다.
홍희곤 정치부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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