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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 기숙학원 실태 / CCTV감시… 규율 어기면 체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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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 기숙학원 실태 / CCTV감시… 규율 어기면 체벌까지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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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왕시 여학생 전문 Y기숙학원. 내세우는 구호가 섬뜩하다. '정규ㆍ보충ㆍ특강 3중지도, 매일 외부 모의고사, 24시간 지도, 3주 1회 휴가 외에 외출 통제, 국경일ㆍ휴일 정상수업..'경기 양평군 J기숙학원에는 '3인 이상 모여 잡담금지'등 80년대 초 대학교정에 진주한 경찰이 부르짖었던 구호까지 등장하고 있다.

오전6시께부터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1분 1초의 틈도 주어지지 않고, 규율을 어기면 체벌까지 따른다. 취침시간에는 '생활지도교사'가 합숙을 하고, 일부 학원에서는 특전사나 해병대 출신 사감이 생활관리를 맡는 등 말 그대로 '스파르타식'이다.

사고가 난 예지학원도 폐쇄회로(CC)TV까지 동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으로 드러나 '학생 잡는' 스파르타식 학원들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감독 등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같은 스파르타식 기숙학원은 전국에 20개. 그 중 17개가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에 몰려 있다. 하지만 알음알음 소규모로 불법운영되는 곳이 많아 정확한 실태는 파악하기 힘들다. 최근에는 경기 포천지역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수업료는 매달 100만~150만원 내외로 비싸지만, 불황을 모른다.

지난해 기숙학원을 다녔던 대구출신 대학생 K씨는 "입학시험까지 치르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1997년 재학생 학원 수강이 허용된 후에는 방학을 맞은 재학생 기숙강의도 성행하고 있다.

경기 광주 K학원은 현재 고3생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특강생을, 고교 전학년을 대상으로 겨울특강생까지 모집 중이고, 인근 H학원도 여름 방학때 고3생 3개 반을 운영할 계획이다. 학원비용은 숙식비, 수강료, 교재대금을 합해서 50일에 200만원 이상이지만, 개인지도를 뜻하는 '돼지치기'를 받을 수 있어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다.

그러나 기숙학원은 별다른 관리 규정이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미허가 기숙학원들이 1991년 양성화된 이후 추가 설립은 허용되지 않지만, '합숙'으로 인한 여러 사고 위험이 커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고가 없으면 나 몰라라'하는 관계당국의 '탁상점검'도 이들 기숙학원의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 사고가 난 예지학원은 옥상 창고 증축에 대해 관할 교육청의 시설변경 승인을 받지 않고 교실로 불법 개조해 사용해 왔지만 광주시와 광주교육청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배재고 박상섭(51) 진학실장은 "'반짝 고생'해서 대학 간다는 생각에 부모나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다"면서 "학벌위주 사회풍토가 빚은 뿌리깊은 교육왜곡의 한 단면"이라고 개탄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희생학생들 안타까운 사연

"11월에 웃는 모습으로 나갈 수 있기를."(인혁진군)

대입 준비에 여념이 없던 8명의 넋은 16일 밤 화마에 기숙 학원을 떠나야 했지만 그들이 남긴 절절한 사연과 입시의 중압감만은 잿더미 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17일 화재현장에서 발견된 일기와 수학계획서, 메모장 등엔 입시 실패 뒤의 고민과 부모에 대한 미안함, 합격에 대한 기대 등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지방대를 다니다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흑산도에서 올라온 김광민(19)군은 3월7일자 일기에서 "정신상태가 작년 같지 못하다.

상황은 작년보다 더 급한데."라며 심적 부담을 토로했다. 김군은 사건 전날 일기에 "오직 공부만 생각하자. 소망이 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며 각오를 다지는 글을 남겼다.

울산에서 온 최나영(19)양은 수학계획서에 "지금 여기가 싫은데 익숙해지겠지. 내일부터는 울지 않을거다"라고 적어 기숙 학원 생활의 답답함을 표출했다.

하지만 최양이 바라던 내일은 끝내 오지 않았고 부모의 가슴에 지울수 없는 멍울만 만들고 말았다.

"1년동안 죽도록 공부해서 주름진 어머니 아버지 얼굴에 웃음을 띄워주고 싶다"고 다짐한 창원 출신의 김경록(19)군은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됐다.

김군의 가방에서 17일 오후3시18분 수원발 부산행 무궁화호 열차 예매표 1개가 나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일부 학생은 수학계획서에 "경쟁상대들을 다 죽여버릴 것이다. 하나도 남김 없이"라고 적어 입시 중압감이 얼마나 옥죄고 있었는지를 가늠케 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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