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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새 한 입, 벌레 한 입, 사람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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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새 한 입, 벌레 한 입, 사람 한 입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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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의성군 효선리에 사는 김영원(72)씨는 맏아들 김정욱(41)씨와 함께 마을에서 '똥 푸는 부자(父子)'로 통한다.자기 힘으로 똥 퍼내기 힘든 노인이나 여자의 집만 골라 똥을 퍼주니, 우선 요즘 보기 드문 선행이다.

또 그 똥에 풀이나 농사 부산물들, 재와 숯, 목초액과 야채 효소를 섞어 발효시키니, 그보다 훌륭한 퇴비가 없다. 미생물들에게는 퇴비가 훌륭한 보금자리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전국귀농운동 본부(본부장 이병철ㆍ54)가 펴 낸 '새 한 입, 벌레 한 입, 사람 한 잎'은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농사꾼 19명의 이야기다.

자연의 오묘한 순환 논리를 땅에서 확인하고 있는 유기농민들이 흘린 땀 내음과 구수한 땅 내음이 책갈피 마다 배어 있다.

친생태적 영농은 우리 조상의 농법이었다. 재를 버리는 사람은 곤장 30대(棄?丈三十), 똥을 버리는 사람은 곤장 50대(棄糞丈五十)에 처했던 선조의 지혜가 입증한다. 인간과 자연은 똥과 곡식을 매개로 하여 영원히 순환하기 때문이다.

풀무원 농장 대표 원경선, 정농회 고문 오재길, 우렁이 농법의 창시자 최재명씨 등의 업적에는 선구자로서 겪어야 했던 험난한 여정이 생생히 살아 있다.

전남 벌교의 벼박사 강대인, 충남 부여의 청마공동체 촌장 강수옥, 경북 울진의 방주공동체 강문필, 충남 홍성 풀무학교 교사 홍순명, 도농 공동체 한살림 회장 박재일 등 11명의 경험담은 흙을 매개로 함께 일궈가는 삶의 풍성함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농약도 비료도 치지 않는 이들은 스스로를 '멍청한 농사꾼'이라 부른다. 그러나 그 순박함에는 날카로운 반격이 도사리고 있다.

이 책은 농사를 벌레와 잡초와의 전쟁으로 격하, 제품을 팔기에만 급급한 농약회사에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아무리 독한 약을 써도 내성만 키워갈 뿐인 어리석은 짓을 이제는 거두자고 책은 말한다. 정농회 오재길 고문은 방사능 오염의 우려가 있는 지역의 우유를 들여 와 우리 아기에게 먹였던 분유회사의 어리석음은 언제든 재발할 것이라 말한다.

전국귀농운동본부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벼농사' 등 모두 5권의 단행본을 펴 내며, 회지 '귀농통문'도 발행하고 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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