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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고흐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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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고흐의 증명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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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의 화가 고흐는 1890년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세 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적어도 그렇게 알려졌다.그 중 하나인 '왼손잡이 자화상'은 생의 말기 고흐의 불안정한 정신상태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있다.

그 '왼손잡이 자화상'에 대한 위작(僞作) 의문이 제기됐다. 2년 전 무심코 화보집을 넘겨보던 일본인 화가 고바야시 히데키(小林英樹ㆍ54)의 머리 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고흐가 그린 것이 아니다." 그는 '왼손잡이.'의 조형성을 낱낱이 해부하기 시작했다. 2년 뒤 고바야키는 저서 '고흐의 증명'을 통해 '왼손잡이.'가 다른 사람의 손으로 그려진 '가짜'라고 주장한다.

고흐는 '같은 얼굴은 두 번 그리지 않는다' 는 철칙을 갖고 있었다. 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봤으며, 어제 한 일을 오늘 되풀이하는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왼손잡이.'에는 그러나 그의 인생관에 위배되는 반복적인 표현과 모방이 존재한다. 표현의 긴장감부터 붓의 표현력, 터치의 시간적인 연속성, 형태를 포착하는 방법의 치밀함까지 어느 것 하나 독창성을 찾기 어렵다.

'왼손잡이.'를 이루는 요소는 모두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그는 자로 잰 듯한 분석을 통해 고흐의 얼굴을 그린 것이 아니라 고흐의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왜 위작을 만들었을까. 저자는 고흐의 제수인 요한나를 의심한다. 고흐의 자살은 동생인 테오 가족의 경제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고, 이 부분에 요한나가 깊숙하게 관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흐가 정신병의 고통 때문에 자살한 쪽으로 몰기 위해 요한나는 정신이상의 징후가 뚜렷하게 보이는 '왼손잡이.'를 만들어냈다. 요한나의 사주로 붓을 잡은 사람은 고흐에게 애증의 감정을 갖고 있었던 미술평론가 이사크손이었다.

드라마틱한 설명이다. 물론, 순수한 추론이긴 하지만.

'고흐의 증명'에는 고흐에 대한 저자의 진한 애정이 담겨 있다. 한 거장의 자화상을 다룬다는 것은 "그 거장과 교제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왼손잡이.'가 위작이라면 고흐를 사랑했던 사람들은 지금껏 '가짜'와 교제해온 것이다. 고흐를 사랑하는 저자의 기만당한 분노를 짐작할 만하다. 만약 저자의 주장대로 '왼손잡이 자화상'이 위작이라면?

고바야시 히데키 지음ㆍ바다출판사 발행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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