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속앓이를 하면서도 좀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게 부부문제다. 기본적으로 '당사자의 일'인지라 자칫하면 '사생활 침해'비판을 받을 수 있기에 TV도 조심스런 입장일 수 밖에 없다.SBS '터닝포인트-사랑과 이별'(토요일 밤 11시 50분) 은 치밀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공론화한다. 부부를 2주간 심리분석ㆍ상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변화과정을 6㎜ 카메라로 고스란히 담아내는 것이다.
KBS2 TV '부부클리닉'이 '있음 직한 일'을 극화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KBS 1TV '아침마당'이 부부를 스튜디오로 불러내어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는 비교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부부들은 촬영기간 중 극적인 변화를 보였다. 1회에 출연했던 부부는 남편의 외도, 그로 인한 부인의 알코올ㆍ약물중독으로 가정파탄 직전에 있었다.
그러다 정신과 상담에서 자신들의 문제에만 빠져 있는 사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아이들의 불신을 확인하고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12일 출연한 부부는 11개월째 별거하다 이혼을 결심중이었다. 아내는 우유부단한 남편 때문에 답답해했고, 남편은 아내의 급한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다.
1박 2일간의 여행, 성격유형분류 프로그램인 '애니어그램'분석결과를 통해 부부는 둘의 극명한 차이를 확인한 부부는 머쓱한 미소를 짓는다.
이후 다양한 형식으로 역할을 바꾸는 심리극을 통해 남편은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다", 아내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해"라는 말이 나오기에 이른다.
상대방의 심리 상태에 동화되어 자기 자신에게 분노하는 것이다. 결국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다는 부부생활의 평범한 진리를 일방적인 설교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조한선PD는 "한 시간 동안 남의 가정문제의 발단과 해결을 모두 보여주기는 힘들다. 다만 인생의 분기점(터닝포인트)에서 해답을 찾는 부부를 보고 많은 이들이 진솔하게 공감할 수 있으면 만족할 뿐"이라고 말한다.
일주일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들의 사생활을 공중파에 노출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터닝 포인트'는 선정적이지 않게, 효율적으로 그 고초에 보답한다. 다만 너무나 늦은 방영시간 때문에 많은 이들이 볼 수 없다는 점은 안타깝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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