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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電車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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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년 5월18일 서울 서대문과 청량리 사이에 전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개통 당시 서울의 전차 수는 일반인용 8대와 고종의 전용 1대 해서 9대뿐이었다. 전차는 반세기 이상 서울 교통의 큰 부분을 감당하다가 1969년 자동차에 밀려 사라졌다.전차와 관련해서 기자에게 대뜸 떠오르는 것은 박태원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1일'에 묘사된 1930년대 서울의 전차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구보씨는 화신상회(화신백화점ㆍ현 종로 타워 자리) 앞에서 동대문행 전차를 탄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구보씨는 전차 안에서 멍하니 서 있다.

잦은 쉼표로 생각의 리듬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인 작가 박태원의 표현을 빌면 "갈 곳을 갖지 않은 사람이, 한번, 차에 몸을 의탁하였을 때, 그는 어디서든 섣불리 내릴 수 없다." 전차가 종묘와 창경원 사이를 지날 때 구보씨는 바지주머니에서 다섯닢 동전을 꺼내 표를 찍는다.

전차는 동대문을 돌아 경성운동장(동대문 운동장)을 거쳐 장충단으로, 청량리로, 성북동으로 간다. 반환점인 훈련원에서 전차는 방향판을 한강교로 갈고 간 길을 되돌아 온다. 구보씨는 조선은행(한국은행) 앞에서 전차를 내린다. 처음 전차를 탔던 곳에서 불과 서너 블록 떨어진 곳이다.

구보씨가 전차 안에서 하는 것은 관찰과 공상이다. 전차 안에서 그는 언젠가 한 번 맞선을 본 아가씨를 우연히 발견하기도 하고, 두 무릎 사이에 양산을 놓은 젊은 여자를 보며 그녀의 '비(非)처녀성'을 상상하기도 하고, 한 때 자신이 짝사랑하던 벗의 누이를 생각하기도 한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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