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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문화어사전 / "뒤집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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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문화어사전 / "뒤집어지다"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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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뒤집어지다: '뒤집다'의 수동형

뒤집다:①(안과 밖, 위와 아래, 순서 따위를)뒤바꾸다 ②(일이나 계획을)변경하거나 취소하다 ③(체제를)전복하다 ④역전시키다 ⑤(기존의 학설이나 이론을)무효화하다 ⑥눈을 크게 뜨다 (동아새국어사전ㆍ이기문 감수)

●새정의

뒤집어지다: 크게 웃다, 너무 재미있다

●용례:나의 개인기에 우리반 애들이 다 뒤집어졌어.

몸은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수단이다. 말이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표현하기 위해 고안해 낸 보조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그러니 행동과 감정을 나타낼 때는 몸의 반응을 끼워 넣으면 뜻이 더 정확하고 강해진다.

'슬프다'보다는 '가슴이 미어지게 슬프다'가, '무섭다'보다는 '머리칼이 곤두서게 무섭다'가 더 분명하게 느껴진다. 때론 몸의 움직임만으로도 느낌이 전달된다.

'눈이 휘둥그래졌다'는 놀랐다는 말이고 '가슴이 뛴다'는 흥분된다는 뜻이다. '배를 잡다' '배꼽이 빠질 것 같다' 같은 말은 웃을 때 몸의 변화로 웃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요즘에는 '뒤집어지다'가 이런 의미로 사용된다. 유쾌하게 웃을 때 몸이 뒤로 넘어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매체비평지인 매비우스통신 14호에 EBS '세상보기'의 '임동창이 말하는 우리 음악'에 대한 시청소감을 쓴 이레지나 수녀는 임동창씨가 우리 음악과 가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단을 맞출 때마다 관객들을 향해 "뒤집어지지요?"라고 물을 때 처음에는 그 뜻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관객들의 웃는 모습을 보고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관객들 모두 재미있어서 고개를 뒤로 넘기고 껄껄껄 웃는 모습을 표현하는 말로 '뒤집어지다'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은 TV에서 토크쇼와 개그콘서트 형식의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출연자의 재미있는 얘기에 방청객들이 모두 몸을 제쳐가며 웃는 모습을 '넘어가네' '뒤집어지네'라고 말한 것이 시초. 그래서 이 말은 한 사람이 웃는 모습보다는 집단적으로 웃는 광경을 묘사할 때 더 적절하다.

원래 '몸을 움츠리다' '숨소리가 빨라지다'라는 의미였던 '자지러지다'도 이제는 '웃음'을 뜻하는 말로 사전에 등재됐다.

하지만 회사원 심진보(29)씨는 이 말의 유포가 "우리 사회에서 웃음의 수동성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주로 수동형으로만 이 뜻이 된다는 의미에서이다.

하지만 앙리 베르그송은 '웃음'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유일하게 웃을 줄 알고 또 웃길 수 있는 동물'이라고 한 것처럼 '웃음'을 나타내는 말이 풍부한 사회가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겠는가.

지금 한국인들이 쓰는 새로운 말을 '21세기 문화어사전'이 알려드립니다. 새로운 문화어를 알고 싶거나 소개하고 싶으신 분은 한국일보 여론독자부로 연락을 주십시오. 전화 (02)722-3124 팩스 (02)739-8198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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