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영국의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은 인물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격묘사가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다시라는 남자에 오만하다는 편견을 갖게 되지만 다시가 엘리자베스 자매의 결혼을 돕는 과정에서 편견을 버리고 결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요즘 들어 오만과 편견은 꼭 역대 대표팀 감독과 언론의 관계를 말해주는 적합한 표현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입장에서는 감독이 오만하게 비춰질 때가 있고, 감독은 언론의 지적을 편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말이다.
1998년 월드컵 때의 차범근 감독은 언론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언론의 접근을 전면 통제했고 언론의 지적에 굉장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요즘도 언론에 대해 불만을 털어 놓는다.
이와는 달리 거스 히딩크 감독은 언론에 신경쓰지 않고 '나의 길만 가겠다'는 태도다.
더군다나 한국어를 모르니 신경쓸 일이 없다는 식이다. 그는 또 최근 안정환 이동국의 탈락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언론이) 은근히 (선발하라고) 압력을 넣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차 감독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지나치게 자기방식대로 행동하는 히딩크 역시 요즘들어 언론으로부터 '독선적이고 행동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는다. 특히 지난 주말 여자친구 배웅 때문에 아디다스컵 결승전을 참관하지 않았던 것(당초 히딩크는 일본 J리그 황선홍 경기 관전예정이었음)과 프로감독들과의 만남에 22분 늦은 점 등이 도마에 오르내린다.
히딩크 감독과 언론의 허니문이 이제 끝났다는 인상도 준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은 엘리자베스가 다시에 대한 오해를 푼 것처럼 서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오만은 '주관'이나 '신념'으로, 편견은 '조언'으로 받아들인다면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유승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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