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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사실은 지금 '웃음바다'

입력
2001.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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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이 생각을 바꾼 것인가. 웃음이 많아졌다. 개막작인 '물랑루즈' 부터 화려한 율동과 노래와 의상, 코믹한 캐릭터들이 웃음을 만들어내더니 어둡고 심각한 주제조차 재미있게 풀어가는 영화들이 줄을 이었다.전쟁, 의사소통, 가정의 파괴, 성 문제 등을 살피는 자세는 여전하지만 그것을 이야기하는 방식에는 유머가 넘치고 있다.

12일 칸에 처음 선보인 보스니아 영화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 감독 다니스 타노비치). 비슷한 소재의 유고영화가 그렇듯 심각하고 철학적인 영화일 것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깼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전선 한 참호에서 맞닥뜨린 양쪽 두 병사와 부상당한 그들을 구하려는 유엔평화유지군이 벌이는 해프닝 등 갖가지 상황이 시사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 '공동경비구역 JSA'처럼 전쟁의 어리석음과 비극을 마지막에 송곳처럼 찔러 현지 언론과 비평가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웃음을 찾으려는 칸의 선택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영화제 사상 두번째 장편 경쟁작으로 온갖 영화를 능란하게 패러디하면서 디즈니를 통쾌하게 비꼰 '슈렉'(Shrek) 과 코엔 형제의 '거기에 없는 남자'(The Man Who Wasn't There)로 이어졌다.

1940년대 미국 작은 도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흑백필름에 담은 이 영화는 무료한 일상을 탈출하려는 한 이발사(빌리 밥 손튼)의 행동과 심리에 재치를 담아 칸의 분위기를 밝게 했다.

독일 헤네케 감독이 프랑스어로 제작한 '피아노 선생'(La Pianiste)도 30대 후반의 독신여성인 피아노 여교수(이자벨 후퍼트)에게는 의사소통의 수단인 변태적 성행위를 그리면서 유머를 잃지 않으려 했다.

배우 숀 팬이 메가폰을 잡은 '서약'(The Pledge)에서 은퇴한 탐정 역을 맡은 잭 니컬슨은 블랙 유머를 발휘한다.

웃음 많아진 것을 두고 섣부른 비평가들은 "칸이 변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올해 칸은 24년간 영화제를 장악해온 질 자콥 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물러나고 베로니크 카일라 사무국장과 티어리 프레모 디렉터의 양 체제로 바뀌면서 뭔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 그 한가지가 바로 대중성과 예술성에 대한 조화의 모색으로 보고있다.

리브 울만(스웨덴 여성감독) 심사위원장 역시 "가슴에 호소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이며, 다행히 올해는 머리에만 호소하는 지적이고 예술지상주의적인 영화가 한 편도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아직도 칸은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을 중시하며, 제3세계 영화에 애정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칸다하르' 나 일본 고레- 에다 히로카주 감독의 '디스턴즈' 는 영화적 완성도나 재미보다는 주제와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보이고, 칸이 자기들이 배출한 스타 감독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초청한 포르투갈의 거장 마누엘 올리베이라의 '집으로 돌아오라' 나 장 뤽 고다르나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은 진지하고 예술적이지만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재미와 예술성의 혼재. 그리고 전통과 새로운 변화의 모색. 그 가운데서 칸이 올해 어떤 선택을 할지는 20일 수상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한국영화 찾는 발길은 잦은데...

입질은 많은데, 잡히지는 않는다. 칸 영화제 마켓에 나온 한국영화에 외국수입업자들이 부지런히 드나들지만 아직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

15일 처음 열린 '무사'(감독 김성수)의 20분짜리 데모필름 마켓시사회에는 콜럼비아, 미라맥스 등 미국 메이저사들까지 참가해 관심을 보였다. 제작비 60억원짜리 대작이고 '와호장룡'의 장쯔이가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씨네클릭 부스에도 바이어들의 발길이 잦다. 가장 관심을 갖는 작품은 '친구'(감독 곽경택). 특히 일본의 메이저들이 적극적이어서 씨네클릭은 적어도 '공동경비구역 JSA' (200만 달러)보다는 높은 가격에 수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이란'도 인기다.

시사회에서도 박수를 받았고, 튜브엔터테인먼트 부스에서도 이 작품에 대한 상담이 가장 많다. 결국 국내에서 흥행과 평가를 받은 영화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셈이다.

16일 현재 '찍히면 죽는다' 가 아시아 몇 나라에, '단적비연수' 가 베네룩스 3국에 팔렸을 뿐이다.

그러나 현지에 부스를 마련한 배급사들은 느긋하다. CJ엔터테인먼트 이강복 대표는 "꼭 여기서 팔아야 할 필요는 없다.

일단 높은 관심과 좋은 반응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높은 가격에 수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만으로도 칸에 나온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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