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증권, 보험, 투신, 신용카드, 할부금융 등 제2금융권 시장에서 대부분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특히 5~6년 전만 해도 업계 하위권이었던 삼성증권ㆍ투신ㆍ카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 오랫동안 업계 1위를 지켜온 삼성생명ㆍ화재와 함께 금융계의 '썬파워'로 등장했다.
이는 삼성이 현대, 대우 등 경쟁 재벌과는 달리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슬기롭게 넘긴 결과지만, "산업 재벌인 삼성의 금융시장 지배력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이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이 1995년 29.3%에서 2000년 40.4%로 늘어났다. 95년 당시 대한(15.5%)ㆍ교보생명(16.5%)과 함께 빅3 체제를 형성했다면 현재는 삼성 독주 속 대한(17.1%)ㆍ교보생명(22.6%)이 추격하는 양상이다.
삼성화재의 경우도 95년 시장점유율이 20.08%에서 2000년 28.37%으로 뛰면서 2위인 현대해상과의 격차를 95년 6.77%포인트에서 2000년 14.16%포인트로 2배 이상 넓혔다.
92년 중소형 증권사인 국제증권을 인수해 출범한 삼성증권은 고급 인력 스카우트와 업무 다양화를 통해 7~8년만에 업계 대표주자로 우뚝 섰다. 환란 직후 대형 증권사들이 위기에 휘말린 틈을 타 97년 8위에서 98년 5위, 99년 4위, 2000년 1위로 올라선 것은 삼성이라는 브랜드파워 덕분으로 풀이된다.
삼성카드 역시 비씨카드 등 은행계열 카드사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다 현재 LG와 선두를 다투는 리딩 카드사로 성장했다. 급팽창가도를 달리는 할부금융시장에서도 삼성캐피탈의 자산 비중이 97년말 12%에서 작년말 35%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투신운용도 99년말 삼성생명투신운용과의 합병 이후 크게 성장, 단숨에 선두그룹에 진입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상위 1개사가 50%이상, 또는 상위 3개사가 7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면 독과점 업체로 규제를 받을 수 있으나 1개 기업집단이 5~6개 유사 업종에서 30~40%의 시장을 점유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계열 금융사의 성장은 삼성 특유의 영업력과 조직력의 결과"라며 "그러나 2금융권에서 삼성에 대한 마땅한 견제세력이 없는 것은 시장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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