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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회 여성생활수기 공모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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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회 여성생활수기 공모 심사평

입력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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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된 글들을 읽으면서 가장 의아스러웠던 것은 이 글들이 도대체 19세기의 것인지, 21세기의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21세기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고 있는 이 즈음에도 아직도 봉건적인 잔재에 삶 자체를 박탈해 버린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 심사 자체보다도 더 힘들었음을 고백한다.

천재지변에 의해서도 아니고, 전쟁에 의해서도 아니고, 남편과 시댁 그리고 가난에 시달린 여성들의 삶에 깊은 연민과 동정을 느끼며 우리는 심사의 초점을 얼마나 진솔하게 자신의 삶을 묘사했는가, 또 의지를 가지고 시련을 이겨나가는 힘을 보여주는가에 두기로 했다.

그런 의미에서 '깎고 볶으며 달려 온 40년'(오옥자)은 최우수작으로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고된 노동과 남편의 방황을 여성 특유의 인내로 껴안으며 결국 승리하게 되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다.

장애인 남편을 버리려고 결심하던 가난한 여성이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울지 않으렵니다'(배남선)는 그 서툼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돋보였고 '내가 있는 건 여자라는 존재였으므로'(하기선)는 젊은 여성이 도우미에 대한 편견과 싸워나가는 모습이 당당하고 보기 좋아 우수작으로 뽑았다.

끝까지 남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선물'(한미란)은 그 구성이나 글솜씨, 진솔함이나 헤쳐온 역경 등에 충분히 점수를 줄 수 있었으나 그 사례가 너무나 특수하다는 것 때문에 제외되었다.

여성생활수기가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가장 낮은 자로 자리매김 당하고 있는 여성들, 특별히 가난한 여성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각성해서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들에게 시련을 극복하고 결국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해야 하는 심사의 잣대가 나는 그래도 여전히 미웠지만.

심사위원 (공지영)

정성희(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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