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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만화책' 1권당 20만원대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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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만화책' 1권당 20만원대 거래

입력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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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아버님의 만화를 볼 수 없다는 게 안타까워요. 어디서 찾을 방법이 없을까요.” 1950~70년대 우리 만화계를 주름잡았던 고 박기당(1922~1979) 선생의 딸 박강월(48)씨의 마음은 애탔다.만화박물관을 준비중인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올해초 만화자료를 구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박씨에겐 부친의 만화 중 ‘성웅 이순신’ 단 한 권 밖에 없었다.

‘만리종’눈물의 절벽’아랑과 오랑’’가나다라 왕국’ 등의 유명작을 비롯해 2,000여권의 만화책을 냈지만, 생전의 작가나 유족에게 남아있는 책은 거의 없다.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찾아낸 ‘유성인 가우스’ 등 50여권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당시에 만화가가 넘긴 원고를 출판사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만화책도 낡으면 곧 폐기 처분돼 버렸고, 만화가 자신도 보관을 잘 하지 않았고요. 만화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았기 때문이죠.”

1950~60년대 전쟁과 가난에 찌든 전후의 아이들에게 희망과 웃음을 선사했던 추억의 만화 대부분이 유실돼 버렸다.

박기당의 작품 뿐 아니라 해방 직후 한국 만화의 문을 열었고, 한국 현대만화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코주부 삼국지’의 김용환, ‘임꺽정’의 박광현 선생의 작품도 몇 권을 제외하면 거의 남아있지 않다.

더구나 국산 SF 만화의 효시이자 1960년대 만화방 전성시대를 알리며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산호의 ‘라이파이’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다.

5부작 총 68권 중 여러 곳에 흩어져 보관된 것을 합쳐도 10권이 채 못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0년대 나온 히트 만화도 구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 부는 복고바람과 함께 옛날 만화를 찾는 발길이 점점 늘고 있다.

취미ㆍ예술ㆍ수집 경매사이트인 코베이(kobay.co.kr)에서 옛날 만화책의 시세도 최근 높아져 1960~70년대 만화책 한 권이 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1940년대 나온 서정주의 ‘귀촉도’ 재판본이 35만원에 팔린 것에 비해도 손색없는 가격이다.

권용우 부천만화정보센터 팀장은 “40년대의 문학책보다 60년대 나온 만화책의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기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희귀 만화는 거래도 힘들겠지만 상당히 높은 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만화계에 일고 있는 고전만화 재출간 바람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영철 사업국장은 “만화는 빌려서 보는 일회용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고, 60년대 이후 발전한 대본소 만화가 무더기로 양산돼 만화 소장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비로소 만화가 근현대 대중문화의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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