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5일 예상대로 연방기금(FF) 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데 이어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둠으로써 3~4개월 내 금리가 연 3.5%대로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더욱이 이번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 문제를 두고 고민하던 FRB의 기존 태도와는 다른 것이어서 추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더해 주고 있다.
FRB는 이날 금리인하 이유로 기업투자와 자본지출의 하향세가 이어지는데다 고용사정이 크게 악화하는 점을 들었다. 지난 달 실업률은 4.5%로 10년 만에 최고였고 산업생산 역시 불안한 상태다. 미국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1ㆍ4분기 이익이 43%나 떨어져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제조업 부문의 약세를 실증하고 있다.
물론 낙관적인 지표들이 없는 건 아니다. FRB가 지난 3월 금리인하 때까지도 주 관심사로 여겼던 기업의 재고조정은 잘 이뤄지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주택판매 등 소비 지출 ▦소비자 신뢰지수도 예상 밖으로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FRB는 "노동시장과 생산시장의 약세 등이 가까운 장래 경기둔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 우려에 대해서도 "산업부문이 상당히 침체한 상황이라 인플레는 억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 타임스는 16일자 사설에서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이 미국 경제의 성장을 위해 인플레도 감수할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인플레의 위험을 경고하며 FRB가 좀더 신중해져야 한다는 충고를 빼놓지 않았지만 FRB의 공세적인 태도가 추가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는 반가운 소식인 것만은 틀림없다.
이날 금리인하는 예상됐던 것이어서 증시에 이렇다 할 호재로 작용하진 못했지만, 대신 월가는 추가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다. 브루스 스타인버그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6월26~27일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0.25% 포인트 더 내리고, 8월까지는 연 3.5%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가들도 FRB가 추가 금리인하의 여지를 여전히 남겨둔 점에 주목하며 역시 0.5% 포인트 정도 금리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기업 투자와 고용 지표의 호전 정도가 FRB가 추가 금리인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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