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어린이날 사 둔 '꼬까신발'에 엄마 눈물이 맺혔구나."최용진(40ㆍ서울 중랑구 망우동)씨 아파트 현관에는 앙증맞은 빨간색 운동화 한짝이 늘 가지런히 놓여 있다. 지난해 4월4일 오후4시30분께 놀이터에서 놀다 사라진 둘째 딸 준원(7)이에 줄 '어린이날' 선물로 신발을 사둔 지 벌써 1년여째.
최씨는 그동안 직장을 그만둔 뒤 보육시설과 지하철 등을 오가며 딸을 찾아 나섰고 엄마 민혜진(37)씨는 행여 딸에게서 전화가 올까 단 하루도 집을 떠나지 못했다.
처음 두달 정도 끌던 경찰 수사는 준원이의 가출로 처리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여섯살배기가 가출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최씨 부부의 '딸 찾아 삼천리'가 시작됐다. 전국 100여개 보육시설에 전단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기를 수십 차례. 최근엔 매일 100여통의 전자메일을 보내고 있다.
막막한 생계는 부모님이 다달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어렵사리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최씨가 지하철 등에서 뿌린 전단만 20여만장. "지방에 출장가 있을 때면 준원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아빠, 빨리 오세요'라고 전화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어리광조차 받아주지 못해던 것이 한으로 남습니다"
1999년 '어버이날' 준원이가 쓴 편지를 간직하고 있는 엄마는 "초등학교 가면 카네이션 선물할게요"라고 수줍게 웃던 딸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저려온다.
"올해는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초등학교에 보내주려고 했는데." 엄마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딸의 이름만 애타게 불렀다. "책임은 묻지 않을 테니 제발 딸애 소식만이라도 전해주세요.
고찬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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