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나이가 무슨 상관?'39세의 여교사가 자신을 짝사랑해온 12세 연하의 제자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중증장애인 특수학교인 광주 선광학교 손현주(39ㆍ여) 교사와 중학교 제자 윤종기(27ㆍ회사원ㆍ영광군 영광읍)씨의 '14년의 만남'은 오는 20일 전남 영광군 영광 실내체육관에서 열릴 결혼식으로 마침내 결실을 맺는다.
두 사람의 인연은 손 교사가 지난 87년 영광중 도덕 교사로 발령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학교 1학년으로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던 제자 윤씨는 자신에게 유난히 잘 대해주던 스카우트 지도교사인 손 교사에 첫눈에 반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슴만 끙끙 앓았다.
어린 시절 흔히 있을 법한 짝사랑일 수도 있었겠으나 윤씨는 사회에 나가서도 '여선생님'을 향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군입대 후에는 하루도 눈물 짓지 않는 날이 없었다.
윤씨는 중학졸업후 7년 만에 겨우 용기를 내 선생님을 찾기 위해 군에서 휴가를 맡았다. 수소문 끝에 선생님이 경기 광명시 광문여중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을 알게 됐고 그는 가슴 속에 고이고이 담아둔 사랑을 편지에 담아 우체통에 넣었다.
그리고 며칠후 윤씨는 선생님의 따뜻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네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구나"로 시작하는 이 편지로 윤씨의 길었던 짝사랑은 종지부를 찍었다.
문선대 운전병이었던 윤씨는 틈만 나면 차를 몰고 나와 손 교사와 데이트를 즐겼고, 손 교사도 부대까지 면회를 가 내무반에서 윤씨와 함께 잠을 자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98년 9월 양가 부모에게 교제사실을 조심스레 털어 놓았다. 손 교사는 부모들의 반대를 걱정했지만 양가 모두 "너희들이 서로 좋아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나중에 서로 피눈물이나 흘리지 마라"며 연인관계를 인정했다. 지난해 3월 윤씨의 청혼도 손 교사가 주저없이 받아들였다. 손 교사는 지난 3월 결혼을 위해 근무하던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의 광주 선광학교로 옮겨 '신랑' 윤씨의 곁으로 왔다.
"서로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배웠다"는 두 사람은 "화목하고 훌륭한 가정을 이뤄 우리의 결합을 우려하는 주위 분들을 안심시켜 드리겠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광주=안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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