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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교사의 폭력, 학생의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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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교사의 폭력, 학생의 폭력

입력
2001.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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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고등학생 10여명이 교사를 집단폭행했다는 16일자 기사(한국일보 30면 보도)를 놓고 여론마당에 여러 가지 의견이 올라와있다. 12일 벌어진 일이 스승의 날인 15일 공개되었으니 더욱 시끄러울만도 하다.무슨 날이냐를 떠나 교사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폭력을 당했다니 그 참담한 기분은 남들이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나이 드신 교사를 욕하는 제자를 가르치겠다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까지 번졌으니 안타깝기도 하다.

독자들의 의견은 바로 이런 점에서 요즘의 청소년을 나무라는 글이 주류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사의 손찌검'을 비판하는 글도 있다. 교사의 진술에 주로 의존한 기사를 봐도 교사가 먼저 손찌검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먼저 60대 교사가 갑이라는 학생에게 '수업태도가 나쁘니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는데 왜 아무 소식이 없느냐'고 하자 을이라는 학생이 상소리를 담은 욕을 교사에게 퍼부었고 이 장면을 지켜본 30대 교사가 을의 목덜미를 친 뒤 머리채를 잡고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가려 하자 남학생 4명과 여학생 10여명이 달려들었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이 교실의 학생이었다면 나 역시 친구의 머리채를 끌고 나가는 교사를 따라가 말리는 학생이 되었을 것같다.

또한 교사분들이 들으시면 언짢으시겠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만일 학교에서 선생님이 네 친구에게 손찌검을 하는 것을 보거든 반드시 엄마에게 알려야 한다'고 일러준 적이 있다.

이때의 손찌검이란 손이나 발이나 물건으로 학생을 마구 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말까지 하게 된 것은 실제로 몇 해전 아이의 담임교사가 불과 열 살인 같은 반 남자아이의 가슴을 발로 차 아이가 자빠지기까지 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말리지 못하면서 당시 반 아이들이 겪어야 했을 무력감, 고통을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이웃의 고통을 보고도 눈감아버리는 사람으로 성장할까봐 이런 당부 아닌 당부까지 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른다. 교사는 그것을 일깨워주고 바로잡아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또다른 폭력이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일러주고 꼭 매로 가르쳐야겠다면 회초리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따끔할 정도만 때리는 것이 옳다.

기사대로 느닷없이 목덜미를 내려치고 머리채를 끌고 나간 것이 사실이라면 도대체 그 교사가 가르치려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런 방법으로는 학생이 "반성하기는커녕 도리어 반발을" 할 것이며 주위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그 아이의 잘못을 생각하게 하기는커녕 지금 당장 눈 앞에 벌어진 일에 흥분을 느끼게 할 뿐일 것"이라고 독자는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크고 작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불행하게도 교사의 폭력도 포함돼 있다. 교사의 폭력은 극소수만이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다는 점에서 사소하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청소년들이 거칠어진다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폭력적인 교육을 끊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화숙 여론독자부 차장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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