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채권단이 ‘6월말 계열분리’를 두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 계열분리를 예정대로 추진하자니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등 계열사들의 주식매각손실이 엄청나고, 매각손실 문제를 해결하자니 계열분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채권단은 계열분리와 매각손실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각종 시나리오를 놓고 금융당국 및 공정거래위원회, 계열사 등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마땅한 묘책이 없는 상황이다.
■시나리오1. 주식처분 위임권 이전
채권단은 현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19.2%의 지분에 대해 주식처분 위임권 및 의결권을 넘겨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이 주식처분 위임권 및 의결권을 채권단에게 넘겨주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채권단이 주
주식처분 위임권을 갖게될 경우 사실상 계열분리 효과를 낼 수 있어 검토할 수 있는 대안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형식적인 계열분리 요건에 맞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분리 승인을 내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시나리오2. 선(先) 인도 후(後) 정산
특수목적회사(SPC)나 채권단에 계열사 지분 소유권을 먼저 넘긴 뒤 추후 경영정상화로 주가가 상승했을 경우 매각해 대금을 정산하는 방안이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대금 정산 없이 소유권만 먼저 넘기는 것은 무상 증여에 해당하고 계열분리 요건에도 맞지 않는다며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해외 투자자에게 일단 지분을 매각하되 일정기간 지분을 묶어놓은 뒤 추후 가격을 정산하는 ‘선 매각, 후 정산’ 방안도 검토중이다.
■현대 계열사 불똥 우려
공정위 등과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시나리오들이 모두 무산될 경우 하이닉스반도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들이 직격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1만1,000원 가량에 주식을 매입했던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의 계열사들이 현 시가(4,000원대) 대로 주식을 팔게되면 9,000억원 가량의 매각손실을 입게 된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의 경우 3,500억원 가량의 매각손실을 입게돼 향후 경영정상화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는 처지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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