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계속된 경기 북부와 강원 지방의 봄가뭄으로 남대천과 한탄강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고기의 씨가 마르고 있다.특히 수해를 막기 위해 시행한 강 바닥 평탄화 공사와 강둑 직선화 사업으로 어류가 달리 피신할 수 있는 곳도 없어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북한에서 발원, 비무장지대(DMZ)를 거쳐 내려오는 강원 철원군 김화읍 생창ㆍ냉정리 일대 남대천은 최근 강바닥이 하얗게 드러나면서 환경부가 보호어종으로 지정한 묵납자루를 비롯해 한국 특산어종인 참마자, 왜매치, 갈겨니, 모래무지, 퉁가리, 마자, 돌고기, 버들치, 새미 등이 죽어가고 있다.
물고기들은 보 주위나 강바닥에 고인 물을 찾아 연명하고 있으나 그나마 왜가리, 백로들이 몰려들어 마구 잡아 먹거나 낚시꾼과 행락객들이 뜰채로 퍼가고 있다.
남대천의 지천인 마현천과 사곡천도 모두 말라 메기, 꺽지, 어름치 등 풍성하던 어류가 모두 사라지다시피 했다. 특히 수위가 낮은 산란지에서 가장 먼저 물이 빠져 개체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눈치, 자라 등이 서식하고 있는 한탄강도 가뭄으로 곳곳의 현무암 강바닥이 드러나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버리면서 산란장소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ㆍ군이 굴착기로 강바닥을 모두 긁어내 평탄하게 만드는 수해복구공사를 획일적으로 강행하면서 웅덩이가 모두 사라져 생태계 파괴가 가중되고 있다. 강 언저리도 직선화와 강둑 보강을 위해 시멘트 블록으로 둑을 쌓은 부분이 많아 물고기가 피신처 역할을 할 만한 곳이 없다.
주민들은 "그렇게 깊고 푸르던 강이 이렇게 말라버리다니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며 "일단 인공으로라도 물고기들이 피신할 수 있는 웅덩이를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원=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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