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자금까지 몰리는 연예비즈니스 산업▼"주로 사채업자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편이다. 그러나 연예 기획사들이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오는 돈을 선호하는 편이고, 연예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아직 구체적으로 엔젤 투자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연예 산업에 대한 투자는 투자 자문사들이 주시하고 있는 새로운 투자처임에는 틀림없다." 여의도의 코스닥 투자전문회사의 한 간부는 연예산업의 사정을 이렇게 전했다.
연예산업의 '돈' 색깔이 바뀌고 있다. '벤처 중의 벤처'라 불리던 '보따리 장사' 개념이 회사형, 기업형으로 바뀌고 있다.
영화는 이미 CJ 엔터테인먼트 등 기업자금이 위세를 떨치고 있고, 로커스 홀딩스를 지배주주로 하고 있는 씨네마서비스, 싸이더스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미래에셋의 자회사인 코리아 픽처스, 구 한국종합기술금융인 KTB 등 영화펀드의 자금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영화를 주축으로 한 펀드는 700억~800억원 규모. 반면 영화 수입으로 돈을 벌고, 국내 영화를 제작하던 '토착 자본'들은 상당히 위축된 상태이다.
▼가요계 자금변화 이제 시작▼
가요계는 이제 막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가요 기획사는 주로 '마이킹' 이라는 방식으로 음반을 제작해왔다.
도레미레코드, 서울레코드 등 기획과 제작을 겸한 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주로 PD메이커(기획사와 유통이 분리된 제작형태)로 음반을 제작한다.
음반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5,000만~1억원, 여기에 엄청난 마케팅 비용까지 합치면 2억원은 금세 넘어간다.
그러나 이런 음반이 성공할 확률은 10건에 1건도 안된다. 때문에 유통회사로부터 '마이킹'을 쓰고, 음반에 실패해 빚을 져본 경험이 없는 제작자란 거의 없다.
그러나 '코스닥' 바람이 불면서 연예제작자들 사이에도 '기획력을 시장에서 팔겠다'는 생각이 보편화하고 있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 대영 AV, YBM서울, 예당엔터테인먼트등 4개 음반 기획 및 제작사가 코스닥에 등록했고, 도레미레코드는 연말 등록을 준비중이며 몇 기획사 역시 합종연횡식으로 상장을 준비중이다.
음반 컨텐츠와 새로운 미디어, 자본의 합작은 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동향의 하나.
천일음반(임창정 UN 등) 잼엔터테인먼트(디바 샤크라 등), 윈섬미디어(코요테 파파야 등)는 4월 신미디어 사업을 기획하는 GNB, 투자컨설팅사인 더 리치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역시 코스닥 등록을 목표로 사업다각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부동산, 개인자금을 관리해온 몇 컨설팅사들은 기존 등록사에 기획사를 합쳐 우회등록하는 방식을 고려중이다.
코스닥에 등록한 연예기획사들의 주가 움직임은 소속 가수들의 인기 여부에 많이 좌우되는 편이다.
H.O.T의 세 멤버를 영입한 예전미디어의 지주회사인 로커스 홀딩스의 주가가 이 때문에 움직인 것이 단적인 예이다.
싸이더스의 노종윤 이사는 "연예기획사는 가수의 인기에 따라 기업 장래가 좌우된다. 이는 결국 영업의 영속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이점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대영AV가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아이스타와 합병한 것도 '컨텐츠'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장밋빛 환상은 금물▼
대우증권이 3월 2000년 실적을 근거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M은 전년대비 59%의 순이익 감소(매출 13% 증가)를 기록했고, 대영은 7% 신장(매출 30% 증가)에 그쳤다.
서울음반까지 합쳐 3개 주식에 대한 의견은 모두 '중립(-)' 내지 '보유축소(-)'.
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투자자의 '장밋빛 기대'를 깨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그러나 '주머니 돈'에서 기업형 자금으로 돈의 색깔이 바뀌면 연예 산업의 업태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일단 사업 다각화. 예당엔터테인먼트의 변두섭 대표는 "영세한 자금이 10대 중심의 댄스음악판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안정적인 자금확보가 가능하게 되면 장기투자도 가능해 가요계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장 역시 음반, 방송프로그램 제작은 물론 위성(sky MTV) 케이블(웨딩TV), 영화제작 및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 종합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연내 완성할 계획이다.
▼연예산업 투명화에 작은 희망▼
회계 변화는 시장의 투명화에도 도움이 된다. 코스닥행을 준비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로비 자금이 많다는 것은 연예산업의 뚜렷한 특성중의 하나이다.
등록사의 한 관계자는 "등록 이후 기업활동이 전례에 비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나 바로 이런 기업이 많아질수록 업계 분위기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유통 전산화와 더불어 기업공개 바람은 투명한 유통 및 마케팅 구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업화가 소프트웨어의 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싸이더스 관계자는 "기업들이 안전한 자금회수를 위해 자금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이기 되며 이 경우 영화의 장르화가 더욱 부추겨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요즘 엔터테인먼트 기업간 '몇 배 받았나(미래 주식가치를 몇 배로 인정받아 유상증자 받았는가)'하는 말이 유행이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금의 건강성"이라고 염려했다.
기업 가치를 부풀려 놓고 이익이 어느 정도 회수되면 빠져 나가는 부동자금을 경계하고, 탄탄한 내적 기반이 있어야 연예산업이 '보따리 장사'에서 '기업'으로의 탈바꿈에 성공한다는 것이다.
산업으로서의 가치에 주목되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변화는 이제 시작됐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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