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공산정권의 마지막 지도자였던 보이체흐 야루젤스키(78) 전 대통령이 30년 전의 근로자 대량학살 사건과 관련,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야루젤스키 전 대통령은 국방장관으로 재직하던 1970년 12월 그다니스크 등 발트해 연안 3개 도시에서 발생한 조선소 파업사태 당시 군 병력에 강제 진압을 명령, 44명을 사망케한 책임을 추궁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1,200여명이 부상했으며, 300여명이 투옥됐다.
검찰측은 야루젤스키가 당시 근로자들에 대한 실탄 사격을 직접 명령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변호인단은 당시 사격은 하급 지휘자가 명령한 것이며, 그는 도리어 무력 사용에 반대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재판은 1996년 시작됐으나 야루젤스키의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계속 연기되어왔다.
야루젤스키는 15일 2명의 경호원을 대동한 채 바르샤바 지방법원에 출두했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신장병을 앓고 있는 그는 시력이 나빠져 실내에서도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재판부는 그가 고령인 점을 고려, 정신ㆍ건강 검진을 실시했으나 인지능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폴란드에서는 이번 재판이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에 대한 단죄와는 달리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희생자와 유족들도 야루젤스키를 처벌하는 것보다는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때문에 이번 재판은 노쇠한 정치지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과오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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