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알려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거에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배남선(52ㆍ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씨는 당선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못했다며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뺑소니사고로 신체와 정신 장애를 입은 남편 김봉진(62)씨를 17년 간 간병하며 겪은 일을 담담하게 수기로 엮어 낸 배씨.
"1980년인가?"라며 결혼한 날은 정확하게 기억못 해도 남편이 사고를 당한 날만큼은 '1984년 9월 25일'이라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살림밖에 모르다가 일을 당했죠. 그 시절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이웃의 도움으로 발전소에 취직해 청소원으로 일하면서 남편을 돌보고 있다.
집주인과의 갈등이 심해 쫓겨날 처지에 있었던 1999년, 장애인에게 더 나은 시설을 찾아 남편을 보낼 생각도 했다.
그러나 장애가 심하고 보호자가 있어서 남편을 받아주는 시설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음성꽃동네에 '버릴' 작정을 하고 다녀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배씨는 "이제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겠다"며 거듭해서 "남편이 죽을 때까지 편안하게 보살펴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 문제가 걸림돌. 17년 전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헐값에 넘겨버린 집에서 살고 있지만, 그는 집주인이 언제 집을 비우라고 할지 몰라서 항상 불안하다.
그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라고는 전혀 없는 집, 그런 집에 남편을 혼자 남겨두고 일터에 나가는 게 미안하고 안쓰럽다"며 "스스로 선택한 삶이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원래 글을 쓰는 삶을 꿈꾸었다는 배씨는 "어린애처럼 투정부리는 남편 때문에 지칠 때면 시로 마음을 달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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