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외국계와 토종 생명보험사간 종신보험을 둘러싼 2차 시장 쟁탈전이 뜨겁다. 1차전에서는 선발 외국계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91년 푸르덴셜이 선진형 종신보험을 처음 시판한 이래 토종 생보사들의 소극적 대응 속에 종신보험 '신시장'에 무혈입성한 외국계는 푸르덴셜과 ING생명만 합쳐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는 등 독보적 지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2000년 결산을 마친 지난 3월 이래 삼성ㆍ교보ㆍ대한 등 주요 토종 생보사들이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지면서 변화의 국면을 맞고 있다. 비싼 보험료 때문에 고소득 전문직에 한정됐던 수요가 종신보험에 대한 인식확산에 따라 중산층범위까지 확대되는 등 시장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3사는 그동안 외국계에 비해 뒤처졌던 '전문직 재정설계사'의 육성 및 기용에 적극 나서는 한편, 기존 영업망을 총동원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분석력과 영업으로 승부한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토종 대표 주자들은 보험사로서의 재정적 안정성이나 고객 신뢰도 등은 외국계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종신보험 2회전에 나서는 이들 3사는 국내 보험수요에 대한 축적된 분석력과 방대한 영업망을 최대한 활용, 전면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특히 삼성생명은 4월 한 달간 무려 5만건의 신규계약을 체결하는 저력을 보였다.
보험수요 분석력은 우선 상품 자체에 반영되고 있다. 삼성생명이 지난 4월 종신보험료 조정 이후 내놓은 '무배당 뉴퍼스트클래스 종신보험'의 경우 상품 기획 단계에서 중산층 수요자의 요구(need)를 감안해 상품을 탄력적으로 가공한 점이 두드러진다.
이 결과, 신상품에는 종신보험 가입 후 일정시점에서 주보험 계약을 해지하고 이에 따른 해약환급금으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 '연금전환특약' 을 추가했다.
또 불안한 경제상황을 감안, 종신보험에 가입 한 후 정해진 보험료 납부가 어려울 때는 보다 적은 보험료를 내면서 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감액완납보험' 등 계약변경의 여지도 마련했다.
촘촘한 영업망은 토종 보험사가 가진 최대 장점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토종 생보사들은 새로운 전문 재무설계사의 기용과 함께, 재교육을 통해 기존 설계사 조직에서도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며 "중산층을 상대로 한 종신보험 영업에서 대한생명이 지난해 거둔 약진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질과 신용을 내세운다
반면 외국계 생보사들은 초기에 고소득 전문직을 상대로 한 판매전략을 통해 구축된 상품의 고급스런 이미지와 외국계 금융사가 갖는 재정에 관한 신용도, 고객관리의 노하우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 처음으로 종신보험을 소개한 이래 지난해말 시장점유율 37%를 기록하며 확고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푸르덴셜 생명이 대표적인 예. 푸르덴셜은 종신보험 판매에 있어서 이 회사가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업종별 고객만족지수(2000년 한국생산성본부 조사)와 지급여력비율 3,741% 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평생재무설계라는 종신보험의 특성을 감안해 보험 설계인력의 대변혁을 이끌었던 이 회사 '라이프플래너'의 재무 컨설턴트로서의 전문성을 내세우며 '우량고객'을 상대로 한 영업전략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다.
종신보험 상품 자체도 '포장'보다는 넉넉한 보장쪽에 무게 중심을 두는 편이다. 따라서 보험료는 비싸지만 정작 일을 당했을 때 넉넉한 금액이 돌아가는 상품 판매에 중점을 두면서, 개인휴대단말기(PDA)를 통해 각종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는 'm-LiPS(Mobile Life Planning System)' 등을 국내 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등 확실한 고객관리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종신보험, 이것만은 꼭
웬만한 40대 전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종신보험은 이제 재테크의 한 전형이 됐다. 본인이 언제 어느 때, 신상에 어떤 이상이 생기더라도 가정경제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재무설계라는 점과, 이상이 없을 경우 자손에 대한 유산저축 기능을 갖는 이 상품의 확실한 보장기능이 이 같은 흐름의 배경이다.
하지만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과정 자체를 부담으로 느끼는 사람 또한 대부분이다. 재무설계사를 상대로 상품에 대한 복잡한 설명을 들어야하는 점, 또 스스로 가정경제에 대해 본인의 심사숙고가 필요한 점 등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약은 입에 쓴 법.
기왕에 큰 맘을 먹었다면 꼼꼼히 검토하고 따지는 게 좋다. 종신보험 가입 때 꼭 염두에 둘 사항을 정리한다.
▽보험료 가격은 중요치 않다
"가장 싼 보험료로 1억원 보장!" 같은 식의 광고 문구에 현혹되면 안된다. 똑 같은 보장을 해주는데 어느 보험사는 특별히 싸고 어느 보험사는 비쌀 이유는 애초에 없다.
보험료 차이는 대개 종신보험 주계약과 함께 계약하는 특약을 어떻게 조합하는가, 또는 특약에서 어느 정도의 보장을 설정하는가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따라서 보험료의 과다 보다는 보장의 내용이 보험료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
▽특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좋다
본인 사망 후 유족들에게 지급될 보험금 규모를 정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종신보험은 특약을 통해 가정경제를 보호하고 유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특약을 꼼꼼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약 가운데는 계약자가 갑작스런 사고로 사망하거나 1급 장애 때, 유가족들이 미래에 필요한 자금을 감안해 주계약 보험금에 추가 보장을 해주는 '재해사망특약'과 여기에 더해 유가족들에게 매월 일정액의 생활비를 추가 보장해주는 '가족수입특약' 등이 중요하다.
모두 본인의 정상적인 수입이 단절됐을 때 유가족에게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장치이니 만큼, 적정 수준을 본인이 따져서 합당한 특약수준을 정하는 게 필요하다.
이밖에 질병, 입원 때 가계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암특약, 입원특약, 수술보장특약도 필요에 따라 보장규모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게 좋다.
▽특약 만기를 꼭 확인한다
종신보험 주계약은 당연히 만기가 종신이다. 언제 어느 때 사망해도 주계약 보험금은 반드시 나온다. 그러나 특약의 만기는 보험사마다 각각 다르다.
의료비 보장 특약인 경우, 노년기에 수혜 가능성이 높은데 만기가 50세로 됐다면 아무리 보험료가 싸도 헛돈을 쓰는 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각 특약에 계약할 경우 보험료의 과다 보다 특약의 목적을 감안해 만기가 적절하게 설정됐는 지 따져보는 게 좋다.
▽보험사의 건전성 여부 판단 필요하다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회사도 언제든지 망할 수 있다. 종신보험은 장기보험이므로 중간에 보험사가 망하면 기대했던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지급여력비율, 자산규모와 자산운용능력 등을 일일이 따져보기 어렵다면 보험가입에 앞서 최소한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를 통해 최소한 해당 보험사에 대한 일반적 평판이라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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