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의 주범으로 지난달 4일 정식재판에 회부된 주한 미8군 영안실 군무원 앨버트 맥팔랜드(56)씨에 대해 미군측이 뒤늦게 재판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미군측의 요구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과 미 국내법의 허점을 이용, 한국 법원의 재판권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으로 시민단체 등의 강력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검과 서울지법에 따르면 미군측은 맥팔랜드씨가 법원에 의해 정식재판에 회부된 직후 공무집행증을 발행해 서울지검 외사부에 제출했으며 검찰은 이를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형사15단독에 전달했다.
공무집행증은 SOFA에 규정된 형사재판권 행사의 예외조항으로서, 장성급 이상 미군장교에 의해 발행되며 미군과 군속, 그들의 가족들은 한국 내에서 공무집행중에 발생한 범죄에 대해선 한국이 아닌 미국의 재판을 받게 된다.
이 조항에 따라 검찰은 피의자 기소 전에 미군측이 공무집행증을 발행하면 대부분 공소기각 결정을 내려왔으나 기소후 미군측이 재판권 인계를 요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SOFA 전문가인 한국외대 이장희(법학) 교수는 "61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라 군무원을 포함한 민간인은 군사재판 대신 미 본국으로 송환돼 민간재판을 받아왔다"며 "미군측이 SOFA 규정을 악용, 맥팔랜드씨에게 가벼운 처벌을 내리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SOFA 협정에는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건에 대해 재판권을 넘기게 돼있지만 양해각서에는 평화시 군무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가 재판권을 가지도록 규정돼있다"며 "재판과정에서 미군측에 정확한 의도를 물어본 뒤 법률상 충돌하는 재판관할권을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맥팔랜드씨는 지난해 2월9일 한국계 군무원 등 2명에게 영안실 하수구를 통해 독극물인 포름알데히드 470병(223ℓ)을 한강에 방류토록 강요한 혐의로 올 3월23일 약식기소됐으나 "사안이 중요한데다 검찰조사가 미진하다"는 이유로 서울지법에 의해 정식재판에 회부됐다.
손석민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