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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 "내 연기色? 아직 못찾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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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 "내 연기色? 아직 못찾겠네요"

입력
2001.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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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재현. 요즘 고민이 있다. 몇 편의 드라마에서 코믹한 조연을 선보인 것이 화근이었다. 잇달아 제의가 들어오는 영화는 주로 그의 코믹한 이미지에 기댄 것이다. “이젠 새로운 역을 해야겠죠.”그에게는 수식이 많다. 김기덕 감독으로 대표되는 ‘독립 영화’의 전문 배우, 그리고 간이 잘 밴 짭짤한 드라마 조연.

그러나 이제 둘 다 부담스럽다. 얼마 전 크게 흥행한 영화의 출연 제의가 있었다. 감독은 그에게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제작자들은 좀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른다. 그의 저예산 영화 이미지가 그를 가둬 버린 것이다. 캐스팅이 안됐다.

그러나 신씨네가 제작한 ‘교도소 월드컵’에서 지능적인 공갈협박범 ‘질문’을 맡은 조재현은 산만한 영화에서 가장 듬직한 무게 축이 되고 있다.

뭔가를 저지를 듯한 야비한 눈빛은 결국은 ‘적과의 거래’를 통해 일부러 패배하려다 고민 끝에 ‘의도인지 아닌지’를 헛갈리게 만드는 표정으로 골을 넣는다.

“다른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영화였어요. 이를테면 ‘개미 죽이지 마, 감옥 개미야’같은 대사, 강간을 ‘조개 뚜룩’이라고 표현하는 방식, 피상적인 감옥 영화가 아니라 한 발짝 그곳으로 다가선 영화지요”

‘교도소 월드컵’이 산업 영화에서의 그의 ‘스타 파워’를 새삼 일깨우는 작업이었다면, 6월2일 개봉할 ‘수취인 불명’은 역시 그의 연기력에 다시 한번 눈길을 멎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그는 조수 창국(양동근)을 괴롭히다 그에게 죽임을 당하는 개장수 역할.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가 연기를 했을 때 자칫 캐릭터에 갇혀 버릴만한 ‘독성이 매우 강한’ 연기를 이제 그는 매우 여유 있게 해낼 줄 안다.

“연기를 할수록 생각이 더 많아지네요. 요즘 배우들이 하도 늘어지는, 혹은 일상적이라고 하는 연기를 많이 하니까 아예 더 강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어떤 때는 ‘처녀들의 저녁 식사’에서처럼 일상성이 강한 역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이 되고.” 둘 다 할 줄 알기에 그의 갈등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1990년 연극 ‘에쿠우스’로 시작해 이름을 알린 지 11년. 나이든 아이돌 스타 같기도 하고, 연기에만 몰두하는 배우 같기도 한 그가 하고 싶은 역은 멜로. 김기덕 감독의 차기 멜로 ‘나쁜 남자’에 캐스팅 됐다. 꿈을 이루어서 기쁠 법하다.

“김기덕의 멜로가 어디 평범한 멜로겠어요. 사랑하는 여자를 매춘부로 만드는 멜로라니, 대강 짐작이 되나요?” 김기덕이 조재현을 주연으로 선택해 만든 이야기라니 ‘핑크 빛’ 일 리는 없다.

그는 감독이 자꾸만 여러 색의 물을 들이고 싶어하는 배우다.

■교도소 월드컵

'교도소 월드컵'(감독 방성웅)은 전제부터 말이 안 된다. 유엔이 전세계 재소자의 '친목'을 위해 월드컵을 개최한다는 것부터, 우승을 하면 형을 줄여 준다는 것까지. 오합지졸 선수들은 '개인기'에 집중하고, 랩처럼 말을 던져 버린다. 듣거나 말거나.

그런데 이상하다. 이 비논리적인 웃음의 고리 속에 빠져 들면 표정 하나, 유치한 농담 한마디에 웃음에 터져 버린다.

다짜고짜 폭행을 행사하는, 배경 설명이라고는 별로 없는 '주유소 습격사건' 처럼 이 영화는 익숙치 않은 방식으로 웃음보를 건드린다.

국내 예선을 치르기 위해 뽑힌 16팀 중 하나인 원주교도소가 배경이다. '희망'팀에게 희망이란 없다.

16명 선수를 합치면 전과 75범, 이중엔 교도소 굴뚝에 올라가 "기자 좀 불러주세요"라고 외치는 '굴뚝'(전철우), 욕구불만의 무기수 게심통(장두이), '믿습니까'를 외치는 종교단체 전문털이범 '종교'(송영탁) 등이 있다. 많은 영화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꼰대'역의 김일우도 곳곳에서 웃음을 날린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등장인물에 초점이 분산되는 바람에, 공하나 들고 우루루 달려가는 동네 축구를 연상시킨다.

잇달아 터지는 웃음과 산만함. 영화는 두 골대를 오가며 부지런히 슛을 날린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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